359. 능력

by 청리성 김작가

『내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으로 얻는다고 생각할 때, 더 커지는 힘』


내 능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혼자 하는 거라 자신하는 독서도, 결국 누군가의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책을 쓴 사람이 있으니 읽을 수 있다. 삶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있기에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을 잊지 않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의 시작이라 생각된다. 이것을 잊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외딴섬에 홀로 멍하니 앉아있을 수도 있다.


독서는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시간을 내서 하는 거라고 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너무 빡빡한 일정에서는 도무지 독서할 시간적 여유를 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혹여 시간이 나더라도, 정신적 여유가 없기에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미칠 것 같은 상황인지를 말이다.


경제적 여유도 마찬가지다.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매일 빠짐없이, 하루 8시간을 꼬박 일만 하진 않는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바쁠 때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기는 한다. 물론 업종이나 회사 혹은 직책에 따라 이 부분을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논리는 없으니 말이다. COVID-19의 영향으로 일감이 없기는 했지만, 급여를 모두 받은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 이는 내 능력 혹은 노력으로 얻었다고 자신할 수 없는 거다.

내가 했다고 하더라도, 잊지 않아야 한다.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 한 것이 아님을 말이다. 심지어 자기 능력으로 이루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기가 이룬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 기여는 했지만, 결정적 기여라 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여기고 행동하면 참 난감하다. 이런 착각이 불러오는 상황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잘못된 달콤함의 끝은 매우 쓰디쓴 맛이라는 것을, 직접 맛보고서야 깨닫게 된다.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탈 때, 뒤에서 누군가 잡아주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는 것을, 자기가 잘 타서 그렇다고 착각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혼자서 타보겠다고 덤비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업무를 배울 때도 그렇다.

후배가 처음 시도하는 업무는, 선배가 도움을 준다. 선배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알려준다고 가정해 보자. 보조 역할을 하다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후배가 있다. 아주 처음은 아니니, 역할의 변화에 따라 더 신경 써야 할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해보도록 맡긴다. 뭐든 직접 해봐야 빠르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들은 자전거도 그렇다. 자전거 선수의 설명을 아무리 많이 듣는다고 자전거를 잘 타게 될까? 아니다. 직접 타보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처음이라 긴장도 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있다.

보조 역할을 하면서 ‘나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방식대로 일을 추진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착착 잘 진행을 한다. 자신감은 점점 올라가고 선배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차마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보조 역할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변수다. 왜? 고민해 보지 않고, 해보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는 주도적 역할을 한 선배들의 몫이었으니까.

후배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가르쳐주는 선배는 여유롭다. 후배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저래도 되는 거야?’ 선배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지했던 자리는 어느새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요?” 후배는 참다못해 선배에게 따지듯 묻는다. 선배는 한번 쳐다보고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놨지.”

후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아니, 그럼 진작 알려주시지 왜 이제 알려주세요?” 선배는 후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네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했지. 그래야 네가 이 부분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있으니까. 설명해 주면 그때뿐이거든. 봐라! 앞으로 넌, 이 부분은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선배들이 대안도 생각하지 않고 초짜한테 그냥 일을 맡기겠냐? 문제 생기면 어차피 처리해야 하는 건 선배 몫인데 안 그래?”

후배는 여기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 거다. 하루가 한 달 같이 느껴질 만큼, 마음이 많이 졸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자기가 잠시,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겸손한 마음으로 돌려놓는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후배에게 앞으로의 문제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 왜냐고? 이런 후배가 문제 상황에 부닥쳤는데 선배들이 그냥 두겠는가? 나라도 어떻게든 도와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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