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태연(泰然)

by 청리성 김작가

『믿음에 깊이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태』


사람들이 가장 즐거워할 때가 언제일까?

아! 즐겁다는 표현보다는 배꼽 빠지게 웃을 때? 아님, 희열을 느낄 때? 뭐, 다 비슷한 말인가? 암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즐거움이 아닌, 겉으로 한 번 “빵”하고 터트릴 수 있는 장면을 말하고 싶은 거다. 언제일까? 남을 속일 때다. 여기서 속인다는 말은, 악의적으로 곤란하고 난처한 구덩이에 빠트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한번 골려 먹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럼 가장 많이 골려 먹는 게 뭘까?

최근 기억으로는 핸드폰이 떠오른다. 누군가 의자에 핸드폰을 흘리고 일어선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놓고 간 것이 아니라, 주머니에서 흘렀다는 심증이 확실하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린다. 씩~ 하고 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핸드폰을 집어 든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 숨긴다.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키득키득 된다. 그때 화장실을 갔던 핸드폰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간다.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한다. 화장실을 다녀온 핸드폰 주인은 “맞다!”하고 자신의 주머니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를 살핀다.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의 핸드폰은 보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잠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얼굴은 점점 붉어진다. 그렇게 이리저리 둘러봐도 안 보이자,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 생각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 뒷모습을 보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시 키득거린다. 화장실에서 다급하게 달려온 그는 앉아있는 사람들한테 전화 좀 해보라고 다그친다. 느긋한 동작으로 핸드폰을 들자, 핸드폰을 가로채 자신의 번호를 누른다. 그때 울리는 벨 소리. 그와 동시에 서 있던 핸드폰 주인만 빼고 모두가 배꼽을 잡고 뒤집힌다. 핸드폰 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뱉고, 핸드폰을 가져간 사람을 잡고 분풀이를 한다.


왜 그럴까?

왜 누군가를 골려 먹는 게 그리 재미있을까? 그리고 보니, 얼마 전에 했던 ‘라이어 게임’과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라이어가 된 누군가는 정보를 모르고, 나머지 사람은 정보를 알고 있다. ‘바보 라이어 게임’이라면 라이어만 다른 정보를 안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두리뭉실하게 말하면 몰라도 확신에 차서 말하면, 그 사람이 라이어인지 알게 되고, 라이어가 아닌 사람들은 피식거리면서 주변을 살핀다. ‘쟤가 라이어 맞지? ㅎㅎ’ 게임이 종료되고 누가 라이어인지 밝혀지기 전까지, 라이어가 라이어인지 모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뭐 이런 느낌이다. 용감한 모습이 배꼽을 잡게 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 있다.

별 반응이 없는 사람이다. 핸드폰 사건(?)처럼 한동안 핸드폰이 없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이 있다. 이때는 오히려 주변 친구들이 애가 탄다.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한 친구 말을 먼저 꺼낸다. “핸드폰 잘 있지?” 여기서 한 방을 더 먹인다. “어딘가 있겠지, 뭐!” 그러다, “아~ 재미없네, 진짜”라고 하면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툭 하고 올려놓는다. 핸드폰 주인은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여기서 잠깐!

과연 핸드폰 주인은 정말 핸드폰에 관심이 없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지갑이 없어졌더라면, 덜 했을지 모른다. 아! 고가의 지갑 말고. 핸드폰은 이제 전화의 용도를 넘어서서 삶의 한 부분 어쩌면, 중심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핸드폰이 안 보이는데 태연하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뭘까? 태연한 척 한 거다. 자신은 분명 자리에 있다고 확신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거다. 이런 걸 역공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속 터지라고 태연한 척하고 있던 거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태연하게 했을까?

믿음이다. 분명 자리에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 장난치고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게 없다면 그렇게 태연할 수 없다. 그럼, 그런 믿음은 어디서 날까? 지금까지 함께 했던 시간이 대변해 준다. 함께 하면서 서로가 나눈 대화 그리고 모습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함께 쌓였고, 그들의 성향을 알고 있는 것도 한몫하게 된다.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타인의 행동이 아니라, 내 믿음의 부족이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도둑들’에서 자신의 지갑을 의자에 흘려놓고, 다른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간 장면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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