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노력이 아닌,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의 총합으로 나타나는 모습
올해 처음으로 주말농장을 하게 됐다.
몇 년 동안 주말농장을 하는 후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키운 상추를 바로 따고 씻어서 삼겹살에 싸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 고기를 구워 먹고 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은 뽑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를 야외에서 구워 먹으면 뒤처리도 깔끔하고, 약식으로 캠핑을 간 기분도 들것 같으니 말이다.
야심 차게(?) 시작한 주말농장의 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두 가지가 문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입구에 있는 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계약할 때는 곳곳에 있는 평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고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처음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간 날,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 주변이라 그곳은 취사가 안 되고 도시락 등만 가능하다고 했다.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서는 예약을 하고, 2시간 시간제한도 있다고 했다. 주말농장을 해보자고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깨진 거다. 입구에서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별로였다.
또 다른 문제는 농작물이었다.
여러 종류에 상추와 고추 그리고 호박이나 기타 먹을 수 있는 쌈 채소 등을 심었다. 먼저 시작한 다른 밭을 보니 무럭무럭 자란 모습이 참 싱싱해 보였다. 곧 우리에 미래(?)라고 생각하니 마치 내 밭처럼 뿌듯했다. 작물을 심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잘 자랐나 살피러 갔다. 금방 자란다고 한 작물이 별 소식이 없어 보였다. 초라하다고 해야 할까? 같은 시기에 함께 시작한 밭은 그래도 그림이 갖춰져 보이는데 말이다.
뭐가 문제일까?
아내와 나는 문제에 원인을 살피기 시작했다. 뿌리를 깊이 심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촘촘하게 심어서였을까? 이래저래 따져보고 고민해 봤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어차피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마음이 좀 그랬다. 우리에 잘못은 아니지만, 왜 하필 우리 밭만 그런가 하고 말이다. 2주 후에 다시 가보니, 그래도 이제는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작물을 발견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손맛이 좋았다.
상추를 따는 손맛이 좋았다. 손맛은 골프나 낚시 뭐 이런 스포츠에서만 느끼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작물을 따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신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손맛이란 이런 거다. 싱싱한 채소를 한입 베어 물면 소리가 “와사삭” 하고 나면서 잘 씹힌다. 그때의 소리와 씹히는 느낌이 좋다. 마찬가지다. 손으로 딸 때도 그 소리와 씹히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큰 힘 들이지 않아도 “와사삭” 소리를 내며 따지는 상추로, 기분이 좋았다. 얼마 따지 않았는데 한 보따리가 됐다. 집에서 잘 씻어서 밥에 싸서 먹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주말농장을 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 기쁨도 잠시.
금방 다시 자란다던 작물은 2~3주가 지나도 그 자리였다. 호박 줄기만 정글처럼 엄청 자랐고 내가 바라는 쌈 채소 종류는 잘린 흔적 그대로였다. 다른 밭은 다시 잘 잘라기만 하는데 말이다. 나중에 누군가한테 들었는데, 그 이유는 흙 영향이 크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밭을 사용했던 누군가가 비료도 많이 뿌리고 영양제도 주고 했으면, 좋은 밭이 돼서 작물이 잘 자란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결과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모습은, 누적된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최근에 내가 뭘 잘하고 못해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밭에서 벌어진(?) 시간과 누군가의 노력이, 지금 보이는 모습이다. 우리는 빠른 결과를 원한다. 시간과 노력이 흐르고 쌓여야 만들어지는 모습을, 단시간에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에 결과는, 지금 나의 노력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에 총합이다.
아직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지금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결과가 나올 만큼 누적되지 않아서다. 기다림으로 인내하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 합이 충족되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에 노력을 지속할지 말지는 결과에 대한 내 확신으로 결정된다. 고? 스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