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존재할, 힘을 얻게 하는 한마디
8년 전의 일이었다.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지 만 8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 지금 다니는 회사와 기존에 다니던 회사의 그 중간지점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으니, 첫째가 초등 3학년 둘째가 7살 막내가 4살이었던 시기다. 한창 클 나이인 세 딸과 아내를 책임져야 하는데, 경제적으로는 허덕이듯 살고 있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한 달이라도 수입이 끊기면 안 되는 시기라는 말이다. 이럴 때 과감한 선택을 한 경험이 있다.
한창 잘 다니던 회사가 있었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영역에 들어와, 소위 말하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많은 고생을 했다. 덕분에 많은 경험이 쌓였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은 참 소중했다. 앞서 말했듯 서른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영역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 회사의 배려 덕분이었다. 사람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렇게 일반적으로는 얻기 어려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 그 느낌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눈치가 참 없던 시절이었다.
2014년 가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 해가 시작하던 시점부터 그 일이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니 그랬다. 확실한 느낌을 받은 게 가을쯤이었으니 말이다. 어떤 계기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내 후배가 내 팀장이 되었다. 잘 따르던 후배라 나를 하대하진 않았다. 오히려 걱정했다. 그 친구와 아직 연락하면서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있으니, 좋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거래처에 있던 사람이 우리 부서 총괄로 왔다. 나와 영역은 다르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내 위였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놀랄 만큼 파격적인 일이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내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나를 많이 도와주고자 했던 거래처 담당자가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어 그러지 못해 미안해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그랬다. 그런 던 중,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부장님! 드디어 부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게 생겼습니다!” 너무 고마웠다. 일을 주는 것 자체로 내가 고맙고 좋아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분이 더 좋아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이 일에 담당자를 내가 아닌, 앞서 말한, 거래처에서 온 사람에게 맡기려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를 제외했다.
거래처 담당자는 펄펄 뛰었다.
우리 회사가 아닌 나와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하겠다니 말이다. 결국, 그 담당자는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서 내가 아니면 일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놨다. 그게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어떻게 얘기했길래 일게(?) 거래처 담당자가 대표에게 이런 전화를 하느냐였다. 그 이유로 말도 안 되게, 인사위원회를 한답시고 나를 불렀다. 거래처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그 사람이 혼자서 말이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니 화가 났다.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큰소리로 묻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조만간 선택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납작 엎드려서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붙어 있는 것과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는 일 둘 중 하나로 말이다.
어두운 밤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지금 한창 크고 있는 아이가 셋인데 어떻게 하지?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대출 상환은 또 어떻게 하지? 한 달이라도 쉬면 타격이 큰데 어떻게 하지?’ 머릿속에는 온통 걱정뿐이었다. 주변에서도 그랬다. “어쩌겠냐, 더러워도 참고 버텨야지! 애들 생각해서라도 그래야지….” 맞다. 그렇게 하는 게, 그때는 최선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싫으니 고민했던 거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 소름이 돋았다.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하겠다!”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바로 결정했다.
다음 날,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아 회사를 나왔다.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다. 회사를 나오고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면서 뭔가 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그러던 때, 내가 도움을 줬던 분이 떠올랐다. 내가 하던 일을 하던 분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얻어먹으면서 회사를 그만둔 이야기를 하자. 바로 이렇게 물었다. “우리랑 같이 일해볼래요?” 뜻밖에 제안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가 있으면 부탁하려 했는데, 입사 제안을 받은 거였다. 이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 회사 대표님을 만났고, 좋게 봐주셔서 바로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어두운 밤거리에서 마음속 울림으로 들었던 한 문장이, 실제 나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이 문장 하나로 나를 다독거린다. “다 이유가 있으시겠지!”라며 시련에 이유를 찾게 된 거다. 그러면 정말이지,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다. 그때 회사를 나오고 지금의 회사를 만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참 든든하다. 나를 지켜줄 한 문장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한 문장이 나를 지켜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