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 보상

by 청리성 김작가
필요한 만큼 받아야 탈이 없지, 그 이상을 받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대가

“쾅”

큰 충돌음과 함께, 내가 운전하고 있던 차가 한번 심하게 덜걱거렸다. 차에 같이 타고 있던, 아내를 비롯한 일행들은 “어! 뭐야!”라는 말로 놀란 마음을 표현했다. 보이지도 않았고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뭐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건장한 체격에 한 남자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 졸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됐다. 막힌 도로에서 서행하고 있는데 뒤차 운전자가 졸면서 내 차 뒤를 받은 거였다. 약간 이해가 안 된 건, 그렇게 막힌 도로였는데 생각보다 세가 받쳤다는 사실이다.


내려서 차량을 살폈다.

오른쪽 범퍼가 많이 찌그러져 있었다. 번호판 오른쪽도 함께 눌려있었다. 옆에서 보니 트렁크 덮개가 살짝 올라간 것으로 봐서 트렁크까지 충격이 간 모양이었다. 뒷자리에 탔던 아내와 일행은 직접적 충격과 그에 따른 놀란 마음 때문인지, 목과 등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왼쪽 팔에 묵직한 느낌이 왔고, 등과 허리 부분에도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내 옆자리에 탔던 분도 목이 좀 아프다고 했다. 뒤차 보험회사에서 왔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교통사고는 보통, 사고 난 시점이 아니라 다음 날이 돼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서로 몸을 잘 살펴보자고 했다.


지인 집 앞에 잠시 정차했다.

짐을 내려 주기 위해서였다. 트렁크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심했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열린 트렁크는 다시 닫히지 않았다. 트렁크 덮개에 있는 고리가 아랫부분에 걸려야 하는 데, 그 자리가 심하게 파손됐기 때문이다. 덮개를 덮으려고 했지만, 덮개의 고리는 트렁크 뒷면만 때릴 뿐이었다. 트렁크가 닫히지 않으니 후진도 되지 않았다. 내 차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서 사고 접수하고 견인차를 기다렸다. 간단한 조치와 함께 근처 집으로 이동했다. 짐을 내리고 차량은 견인차에 딸려 보냈다. 그렇게 짧지만 길게 느껴진 사고를 일단락 마무리했다.


사고가 난 후 집에 오는데, 옛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인데, 좋은 기억은 아니다. 아내가 사고를 냈었다. 후진하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차를 받았다고 했다. 아내는 분명 후진을 할 때는 차가 안 보였는데,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했었다. 어쨌든 받은 쪽은 우리니 우리가 배상해야 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저런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 큰 사고는 아닌 듯한데,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잘못 걸렸다는 생각 말고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정당한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한 권리다.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은 물론, 쓰지 않아도 될 시간과 신경을 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악용하는 건 곤란하다. 주변에 얘기를 들어보면, 너무 과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 보상을 받으려고 욕심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자는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그럴 수는 있다. 마치 기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서 얻는 이득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나는 그 처지에 놓이지 않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욕심이 나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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