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 과정

by 청리성 김작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힘을 주시는 분을 믿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


<오버 더 톱>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야기의 주된 소재는 팔씨름이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기억나는 장면은 두 가지 정도다. 트럭을 운전하는 장면인데, 주인공이 트럭 운전사라 운전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그냥 운전하는 장면이 아니다. 운전석 뒤에 밴드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운전하면서 계속 그 밴드를 당긴다. 팔씨름에서 주로 사용하는 근육을 단련하기 위함이다. 트럭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처지라 별도로,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단련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틈새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팔씨름하는 모습이다.

팔씨름 영화니, 당연히 팔씨름하는 장면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엄청난 체격의 사람들이 겨루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팔씨름이 격기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하면서 하는, 그런 게임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격투기 같은 살벌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힘과 힘의 대결이라,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팔씨름 세계 선수권 대회 결승에 오른다. 막강한 우승 후보와 겨루는데, 체격으로나 힘으로나 주인공이 열세인 것은 사실로 보였다.


예상대로였다.

주인공은 상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의 진수가 펼쳐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아들이, 격렬한 응원을 보냈다. 기진맥진하던 주인공은 그 모습을 보고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상대를 단숨에 꺾어버린다. 주인공이 쥐었던 손을 펴고 상대의 손을 다시 잡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친구들과 팔씨름을 하면서, 그 모습을 따라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쳤다. “오버 더 톱!” 실제로 손을 고쳐 쥐면 내 손목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뿐만이 아니다.

액션 영화 대부분은 주인공이 거의 그로기 상태까지 갔다가, 누군가의 응원으로 다시 힘을 낸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큰 힘을 말이다. 체력적으로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된다. 하긴, 이런 모습이 있으니 영화를 보는 게 아니겠느냐마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영화에서만 가능할까? 아니다. 현실에서 보여주신 분이 있다.


4전 5기의 신화, 홍수환 전 권투선수다.

4번이나 다운됐을 때는, 모두가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거세게 몰아붙여 KO승을 거두었다. 나는 경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들어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그분의 강연을 들었다. 그것도 바로 앞에서. 10년도 더 됐지만, 그 기억은 강렬하다.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십시오.”

그분이 나를 가리키고 바라보면서 한 말이다. 물론 모든 청중에게 던진 메시지다. 그때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내 비전을 이렇게 적었다. “대한민국의 리더”. 이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선택한 도구는, 작가와 강연가 그리고 컨벤션 기획자였다.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 1%안에 들겠다는 각오였다. 컨벤션 기획자는 부서가 바뀌면서 어렵게 됐지만, 작가와 강연가는 지금 진행 중이다.

아직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지금은 내공을 다지는 중이라 여기며 매일 글을 쓰고 기회가 되면 강연을 한다. 몇몇이 모이거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강연이라 생각하면서 이야기할 때도 있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것만이 강연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 해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이런 것이 강연에 목적이니 말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했는가?

그러면, 결과는 제쳐두고 과정을 묵묵히 걸어야 한다. 결과를 보는 건, 계속 뒤를 돌아보는 것과 같다.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제대로 갈 수 없다. 그리고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원하는 시점에 결과가 나지 않는다면, 아직 때가 아닌 것으로 여겨야 한다. 덜 익은 밥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탈이 난다. 그러니 때가 되지 않았을 때,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 탈이 날 수 있는 위험을 피했으니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을 기억하며,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내가 할 일은 앞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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