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환경

by 청리성 김작가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행동으로 서서히 만들어가는 세팅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짧은 시간이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하긴, 그러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다. 생각해 보면, 고민하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그 이유는 하나로 귀결되는 듯하다. 할 수 없거나, 하기 싫기 때문이다. 마음에 걸리고 신경은 쓰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없으니 고민이 된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생각만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으니 이 또한 고민이 된다. 미루고 미루다,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 짓누르는 무게감은 배가 된다. 개학 전날, 하얀 일기장을 바라볼 때처럼 말이다.

요즘 고민은 이거다.

올 초에 접하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서 유유히 헤엄쳤던 ‘코칭’이다. “고객의 떨어진 에너지를 끌어올려,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을 나의 코칭 신념으로 정의했다. 그에 맞춰, 퍼스널 브랜딩을 <에너지 디자이너>로 변경했다. 코칭과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에 공감했다. 코칭하는 매 순간, 고객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주춤거리고 있다. 나의 에너지가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물리적으로 여력이 안 돼서일까? 아니면 둘 다 엮이면서 발생한 현상일까? 어찌 됐든, 복합적인 모든 원인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환경 세팅의 문제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계속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환경 세팅이 필수다.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의식과 노력의 힘이 많이 들지만, 시간일 지날수록 그 힘은 점차 덜 들어간다. 시간의 관성이, 개인과 공동체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오히려 하지 않을 때 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말이다. 처음에는 운동하기를 그렇게 싫어했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는,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 환경 세팅의 힘을 실감한다.


환경 세팅이 무너졌다.

코칭과 의도치 않게 조금씩, 거리 두기가 시작된 이유는 환경 세팅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코칭을 접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코칭을 진행하는 것을 물론, 협회에서 진행하는 월례 교육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 코칭 시간도 참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정 때문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기 위해, 6개월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다. 매주 한 번 수업하는데, 그 요일이 바로 월요일 저녁이다. 정기 상호 코칭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협회 월례 교육도 월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대학원에 가기 전에는 상호 코칭과 월례 교육에 잘 참석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처음에는 본의 아니게 코칭 환경 세팅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익숙해졌다. ‘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 할 수 없는 이유에 기대기 시작한 거다. 반면, 욕심은 그리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잠시 접고, 추후 여력이 되면 다시 본격적으로 하자고 다짐했지만, 계속 꿈틀댄다. 그러니 마음이 가고 불편하고 그렇게, 고민이 됐다.


하지 못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게 더 많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무언가 해야 한다고 혹은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못한 것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처음에는 하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이유가 더 크다. 하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오히려 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시키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마음에 위로? 아니면 정당화?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결국, 내가 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그러니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잘 하려고 말고 그냥 하면 된다. 그러면 환경이 자연스레 세팅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기대해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16. 당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