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감사

by 청리성 김작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기게 되는 마음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있는 사람은 가질 확률이 더 높고, 없는 사람은 가질 확률이 더 낮다는 사실이다. 없는 사람은, 갖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새나갈 확률이 높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이 돈을 번다고, 여기저기서 술술 벌리는 듯하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빚만 늘어간다. 여기저기서 당겨온 빚은 점점 불어나고, 어느 순간이 되면,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듯 더는 버틸 힘이 없게 된다. 최근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는 현상을 봐도 그렇다. 누군가는 수익이 올라가지만, 누군가는 상환해야 할 금액이 올라간다.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느끼는 마음은 전혀 다르다.

참 암울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없는 고시생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의 경제적 형편이 그랬다. 18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타격이 여전하다. 사실 지금까지 올 줄, 그때는 생각지도 않았다. 언제 끝 날진 모르지만, 이 끝맺음이 완성되는 날 참 감격스러울 것 같다. 지금까지 큰 불만 없이 잘 버텨준 아내에게도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 매달 가슴을 졸이며 불안하게 살아온, 오랜 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정말이지 암울했다. 결혼 전에 자취하면서부터 가계부를 썼는데, 왜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암울했다. 어차피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수입이 고정지출보다 많다면 어떻겠는가?

시작부터가 마이너스니, 매달 어딘가에서 추가로 매워야 했다. 복리 이자가 쌓이듯, 빚도 복리로 쌓였다. 빌린 돈을 메우면서 또 빌려야 하니, 점점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났다. 은행 한도액이 다 차서, 카드 대출을 받고 현금 서비스도 받았다. 이자가 높은 건 알았지만, 당장 메워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카드로 할 수 있는 한도도 다 찼을 땐, 뒤에 ‘캐피탈’이라는 이름이 붙는 곳을 찾기도 했다. 카드보다 더 높은 이자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던 그 판단이 결국, 시간이 지나도 빚만 늘어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한 달 살이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매달 말일이 되면,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는 게 일이었다. 그 간극이 심하거나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어찌어찌 메꾸고 또 메꾸게 됐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또한 기적이라 믿는다. 아! 물론 지금도 한 달 살이 생활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 배는 더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 몇 년 전에 우여곡절 끝에 집을 샀는데, 집을 팔면 빚은 다 갚을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결혼한 게 문제였을까? 시작은 그럴 수 있다. 경제적 측면만 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사실 그때 결혼하지 않고 준비가 되면 하겠다고 했으면, 글쎄다.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그런 부분으로 봤을 땐, 지금도 그때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돌아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경제공부를 하지 않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계부 쓰는 것을 중단했던 이유와 같다. 어차피 마이너스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생각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냥 버틴다는 생각뿐이었다.


없는 사람이 가질 확률이 낮은 이유가 이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나를 보면 그렇다. 없는 사람인 내가 가질 확률이 낮은 건, 운도 물론 있겠지만, 그러는 방법을 찾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더 크다. 버스는 타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에 가길 바라는 것과 같다. 마음만 있고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가 나지 않는다.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올라가서 따든 흔들어서 떨어트려야 한다. 하다못해, 사과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는 노력은 해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얕잡아서는 안 된다. ‘어차피 뭐….’라는 생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미약한 무언가를 통해, 더 얻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는 돈뿐만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가진 사람이 더 갖는다는 불공평한 현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어쩌면 가졌다는 의미가, 실제 무언가를 소유했다는 말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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