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증명

by 청리성 김작가
자신의 역량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면서, 가치를 드러내는 것

고전을 읽으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어려운 시기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다. 탄생한다는 표현보다, 잠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인물이,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자의든 타이든 말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의 추앙을 받는 영웅이 된다. 이런 스토리는 참 매력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드러나지 않았던 역량을 발휘하면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모습이 나온다. 주목받지 못한 사람 아니, 오히려 괄시 받던 사람이 영웅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가능성? 희망? 뭐 이런 단어가,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기대 때문이다. 영화 <타짜>의 명대사처럼, 인생 관뚜껑 닫을 때까지 모른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라는 기대 말이다.


세상이 어지럽지 않고 평화로웠다면 어땠을까?

평화로운 상태를 표현할 때, 이런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푸릇한 산과 들이 펼쳐져 있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온다. 그렇게 고요한 가운데, 가끔 새의 울음소리만 멀리서 들려온다. 머릿속에 이 장면이 그려지면, 그 자체로 참 평온하다. 내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 마무리되면, 꼭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아무튼. 평범한 누군가는, 오늘도 어제 했던 일을 반복했을 거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그 일을 반복하며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혔을 거다. 어쩌면 그렇게 묻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아름다웠던 영웅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세는, 문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펼쳐진 상황이 난세라는 말이다. 고전에서의 난세는,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 등으로 정말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물론 지금도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니, 난세를 다른 표현으로 ‘문제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디나 문제 상황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그렇지만 다른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성격이 조금 다를지는 몰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나 존재한다.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법이 필요한데, 기존의 방법이나 사람이 해결한다면 난세니 문제니 하지도 않는다.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영웅이 필요한 거다.


문제 상황은, 기회다.

아주 좋은 드릴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구멍 뚫을 일이 전혀 없다면 어떨까?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쇳덩어리 혹은 팔거나 처리해야 할 고민 덩어리일 뿐이다. 좋은 드릴이 쓰이려면 반드시 뚫어야 할 상황 즉, 문제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도구를 사용하려고 일부러 문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여기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문제를 처리해야 할 골칫덩어리로 볼 것이냐? 나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로 볼 것이냐? 두 질문 중 어느 질문에 답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가치는 달라진다.

가치는 증명하는 거다.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그냥 인정해 주지 않는다. 공동체에 필요한 퍼포먼스를 만들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를 ‘고객 만족’으로 풀면 이렇다. 고객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불만, 만족, 감동이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기대를 품는다. 그것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준이 되는 거다. 기준보다 못하면 불만이 된다. 기준에 닿으면 만족이 된다.

기준 그 이상이면, 감동이 된다.

이렇듯 가치는, 원하는 사람에게 만족 혹은 감동을 줄 때, 증명된다. 영웅은 당연히, 감동을 주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찬사다.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다르게. 그래야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해법을 발견하게 된다. 내 앞에 놓인 문제 상황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나의 가치를 증명할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하고자 하면 방법은 분명 생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23.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