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지혜

by 청리성 김작가
겸허할 때와 용기를 낼 때를 구분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역량


마음을 울리는 기도문이 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한 기도문도 있고, 성인(聖人)이 지으신 기도문도 있다. 어쩌면 지었다는 표현보다, 옮기셨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가끔 글을 쓰다 보면, 내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알려 주시는 것을 옮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 그렇다고 내가 성인들 틈에 끼어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건, 절대 아니다. 감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말이 그렇다는 얘기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도문 중 가장 유명한 기도문은 아마도,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가 아닐까 싶다. 이 기도문은 신자가 아니신 분들도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내 회사 책상에도 이 기도문을 꽂아놨다. 잘 지키지는 않지만,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기도문의 종류를 나열하면 끝이 없다.

거의 모든 상황에 따른 기도문이 있기 때문이다. 직업에 따른 기도도 있고, 상황에 따른 기도도 있다.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기도문을 만들어 사람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도도 참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번 처지와 상황에 따라 기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좀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은, 한 방(?)에 해결할 기도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책이나 강의 제목도 그렇지 않은가? ‘한 방에 끝내는’ 혹은 ‘한 권으로 끝내는’이라는 수식어로 시작된 제목에 끌리는 것 말이다.

기도에도 있을까?

있다. 찾았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한 방’은 요행을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기도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하나의 문장으로 관통하는, 그런 맥과 같은 핵심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와 같은 표현 말이다. 일부러 찾으려 한 건 아니다. 우연히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다. 특강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작 기도로 이 기도를 바쳤다.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한 내용이라, 말마디가 좀 다를 순 있다. 하지만 핵심은 다르지 않다.


기도문은 이렇다.

“주님! 어찌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는 겸허함을 주시고, 어찌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주시옵소서.” 어떤가? 짧지만, 이보다 더 완벽한 기도가 있을까? 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남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느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면 되고, 남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거나 요청을 하면 된다. 이 둘이 할 수 없는 건? 하늘에 맡겨야 한다. 중요한 건, 이를 잘 분별할 수 있는 지혜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것을 타인에게 미루거나, 타인이 해야 할 일을 자기가 고민하면 어떻게 될까? 더군다나 하느님이 하셔야 할 일을 내가 어찌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겸허, 용기, 지혜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을 어찌하려 하니, 불안에 떨게 된다. “걱정해서 걱정이 해결되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라는 말처럼, 어찌할 수 없는 걱정은 떨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어찌할 수 있음에도 주저하면 안 된다. 테니스를 칠 때, 네트 앞에 있으면, 발리를 해야 하는 공이 온다. 이때 과감하게 라켓을 내면 되는데, 주춤할 때가 있다. 공이 지나가고 나서야 ‘아…….’하며 후회한다. 맞추기만 하면 이길 확률이 큰데도 말이다. 만약 그 게임을 내주게 되면, 내 옆을 지나갔던 공의 잔상이 쉽게 지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찌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지혜는 정말 필요한 역량이다.

솔로몬 왕이 지혜를 청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 겸허한 마음과 용기를 내는 결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다. 앞서 예를 든 테니스도 그렇다. 내가 건드려야 할 공과 건드리지 않아야 할 공이 있다. 이걸 잘 구분하지 못하면, 아웃이 되는 공을 건드려 점수를 내줄 수 있다. 발리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 하지 않으면 이 또한 점수를 내줄 수 있다. 이것을 빠르게 분별하고 행동해야 게임을 지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혜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매일, 이 세 가지, 겸허 용기 지혜를 간절히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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