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믿음

by 청리성 김작가
듣고 알고 노력한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마케팅의 정의(定意)가 뭘까?

협회나 학회에서 표현하는 정의 말고, 내가 실제 경험하면서 세운 정의가 있다. 지금은 마케팅 업무를 하진 않지만, 15년 이상 실무를 하면서 많이 공부하고 경험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기도 했고, 원래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거나 공부했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무를 하면서, 더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전시회를 가거나 전문가를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언어로, 마케팅을 정의했다. 물론 누군가가 이미 말했거나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정의한 마케팅은 이렇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포장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모든 활동이다.” 이해가 되는가? 핵심은 두 가지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포장’. 포장이라고 하면 왠지, 바람직하지 않은 인상을 풍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이랄까?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눈속임을 하는 느낌말이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과장이 아닌,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은 바람직한 활동이라 볼 수 있다.

정확한 정보의 예는 이렇다.

제주도 여행을 가서, 횟집에 들어갔다고 하자. 직접 주문하지 않은 회가 나왔다. 광어 아니면 우럭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먹는 회가 그러니 말이다. 하얗게 발라진 회는, 자세히 보지 않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회를 좋아하거나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자세히 봐도 구분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아무튼. 광어 혹은 우럭이겠거니 하면서 한 점 집어먹는다. 그런데 평소에 먹던 맛과 다르다.


식감도 좋고 더 고소하다.

‘역시! 제주에서 먹는 회 맛이라 다르구나!’라며 폭풍 흡입을 한다. 이때 주방장이 들어온다.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설명한다. “자! 지금 드시는 회는 제주에 오셔야 드실 수 없는, 다금바리입니다. 다금바리는 이렇게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다금바리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에서만 서식하는데 kg에 몇십만 원하는 고급 회다. 자! 어떤가? 지금까지 먹었던 느낌과 같을까?


아니다.

한 점 한 점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한 점에 얼마인가? 광어나 우럭이라 생각하고 먹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처음부터 이 정보를 들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 소중한 것을 막대했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정확한 정보의 예다. 정보를 듣지 않았을 때는 그냥 일반적인 회로 바라봤지만, 정보를 듣고 나서는 그 가치를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포장의 예는 이렇다.

떡집에 하얀 백설기가 있다고 하자. 그렇게 놓여 있는 백설기 사이에, 대추와 쑥을 이용해서 꽃 모양을 입힌 백설기가 있으면 어떨까?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도 같은 기능이면,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나 예쁜 것을 선택한다. 보기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은, 사람이 지닌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것이지만, 보기 좋게 꾸민 포장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알아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더 자세히 살피게 된다. 자세히 살피면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거나 느끼게 된다. 그렇게 더 깊이 알게 되고, 더 깊이 마음에 품게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마찬가지다. 나태주 시인에 <풀꽃>이라는 시에도 나오지 않는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말이다. 믿음도 마찬가지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믿음이 샘솟지 않는다. 알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고 깊이 살펴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생긴다. 믿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믿음이 없는 게 아니다. 믿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돌아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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