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신기(神技)

by 청리성 김작가
간절함이 모여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모습

월드컵 16강 진출.

작년 말 이슈 중, 가장 감동적인 소식이었지 않나 싶다. 16강에 진출했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이 참 감동적이고 놀랍다. 사실 한동안 축구에 관한 관심이 없어서, 이름을 들어본 선수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주장인 손흥민 선수의 부상이 승패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을 정도다. 출전 여부를 포함해서 말이다. 월드컵 개최가 임박하면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 중에 관심을 끈 뉴스도 있었다. 김민재 선수가 센터 백(중앙 수비수) 포지션에서, 월드컵 출전 선수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정보였다. 세계 10위안에 든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선수들이 만들어간 경기는 정말 감동이었다.


한 게임 한 게임 모두, 나름에 감동이 있었다.

가장 부담스러울 만한 첫 경기의 상대는 우루과이였다. 첫 경기라는 것도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써 내려간, 대 이변의 영향도 컸으리라 생각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하면 떠오르는,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거기에 더해 일본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을 물리쳤다. 그래서 세계는, 아시아 대 이변의 바통을 이어받을지에 관한 관심으로, 우리나라의 첫 경기를 주목했다.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매우 좋았다. 상대방의 공격이 2번이나 골대를 맞고 나온 행운을 입기도 했지만, 이 또한 열심히 잘 싸운 노력의 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두 번째 경기는 가나와의 경기였다.

초반에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해설자의 말대로, 우리가 초반에 밀어붙였다. 골대 앞에서 결정을 짓지 못한 부분이 아쉽기는 했지만, 좋은 기세였다. 하지만 가나는 전반에 얻은 두 번의 유효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했다. 상대편이지만, 정말 깔끔한 공격이었다.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1:0이면 그래도 어떻게 동점까지는 되겠지만, 2:0은 좀 그랬다. 큰 기대 없이, 경기는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후반전 시작을 지켜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골을 만회했다. 첫 골이자 희망에 불씨를 살린 골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동점 골이 터졌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 우리 편이지만 무서웠다. 가나 선수들도 살벌한 기운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이대로 경기를 마치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추가 골을 내주면서 2:3으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 상대는, 포르투갈이었다.

축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강팀 중 하나다. 하필 이런 팀을 맨 마지막에 만났다는 게 좀 그랬다. 마지막 경기를 앞둔 우리의 순위는 4위, 꼴찌였다. 16강에 올라갈 경우의 수는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기고 봐야 했다. 포르투갈이 16강 진출 확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닥이 있으니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됐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작된 경기를 봤다. 나쁘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전반 초반에 한 골을 내줬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골을 먼저 내준 거다. 절망적이었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최소 2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중반 소중한 한 골을 넣었다.

“와!” 이번에도 살짝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 올라왔다. 그렇게 전반을 마쳤고, 후반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는데, 40분을 넘기고 있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우루과이가 가나에 2:0으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가 한 골을 넣고 그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골 득실차로 우리가 16강에 오른다고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후반 시간이 다 지났다. 추가시간 6분. 이 시간이면 뭔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걸었다. 그 순간, 손흥민 선수가 골을 몰고 들어가다 황희찬 선수에게 패스했다. 그 패스를 결대로 받아 그대로 슛을 했는데, 그물이 출렁였다.


골인이었다.

설마 했지만 기대했던, 역전 골이 터진 거다. 정말 소름이 머리끝까지 돋았다.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승리로 경기를 마치고, 타 팀의 경기 결과를 끝까지 지켜봤다. 2:0으로 우루과이가 이겼다. 그 순간, 우리 선수들은 일제히 환호하였다. 선수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있던 우리 응원단 그리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일제히 환호하였다. 꼴찌 팀이, 마지막 경기로 2위가 됐다. 우리의 경기력만이 아니라, 타 팀의 도움까지 받았으니 정말 신기한 장면이 연출된 거다.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 못했다면, 정말 후회했을 거다.


기적을 썼다.

쓰인 게 아니라, 직접 썼다는 말이다.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코치진들이 함께 썼다. 타국까지 날아가 몸을 불사르며 응원한 국민이 함께 썼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진 못했지만, 함께 모여 그리고 각자 여건에 맞게 응원한 국민이 함께 썼다. 그리고 그 힘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까지 우리를 도와줬다. 이 모든 것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간절함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때로는 간절함과 그 보폭에 맞는 노력으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다음, 그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결과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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