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꼭 지녀야 할 최소한의 것
책가방은 요술 가방이다.
넣어도 넣어도 끊임없이 들어가고, 꺼내도 꺼내도 끊임없이 나온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우리 아이들은 물론,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다. 자기 몸무게보다 더 무게가 나갈 듯한 가방을 짊어지고 어딘가로 향한다. 가방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걸어간다. 마치 포로로 끌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 지하철에서 재미있는 그림을 봤는데,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가기 싫은 직장을 억지로 가는 모습을 그려달라는 누군가의 청에, 작가는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포로를 그려냈다. 참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의지와 다른 행동은 결국, 포로로 사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먹고살아야 하는 여건상 항상 아닐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을 계속 포로로 만드는 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학창 시절, 그날 공부하지 않는 책과 참고서는 물론 그밖에 다양한 물건들은 가지고 다녔다. 이유는? 혹시 몰라서였다. 책가방을 챙길 때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마치 자신을 데리고 가달라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유난히 그날따라 꼭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가지고 다닌 물건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가방에서 과감하게(?) 빼고 나온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쓸데없던 그 물건이, 하필 오늘 꺼내놓고 온 그 물건이, 필요한 상황을 만난다. ‘아! 그냥 가지고 올걸.’ 후회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다시 그 물건을 가방에 챙긴다. 하지만 그 이후로 사용한 적은 없다.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한 기억은, 더욱 가방을 채우게 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가방을 가득 채우는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한 번은 거래처분이, 집 나왔냐는 말을 할 정도였다. 회식 자리에서, 가방을 한쪽으로 모아두겠다고 받아든 직원이 돌 들었냐고 물을 정도였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꾸는 게 쉽진 않았는데, 계속되는 어깨 통증으로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하에 그렇게 했다. 가방이 크면 또 발동이 걸릴 것 같아, 일부러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닌 적도 있었다. 무엇이든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의지를 믿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말이다. 오랜 실패로 걷어 올린, 삶의 지혜다.
언젠가부터는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닌다.
물론 앞선 경험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다 놓고 와서 아쉬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에는 매우 필요할 것 같았지만,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던 거다. 남들이 가지고 다니니, 나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들고 다닌 것도 있다. 노트북이 그렇다. 꼭 필요할 때만 챙기면 되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게 노트북을 챙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챙겨 다녔다. 사용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핸드폰 메모 기능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 다닌다. 희한한 건, 그렇게 하는데도 가방이 무겁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기분 탓일까? 가방 탓일까?
우리가 하는 걱정과 근심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다 하니까 그리고 남들이 다 가지고 있으니까, 해야 할 것 같고 가져야 할 것 같다.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남들은 다….”라는 표현이다. 말 줄임표에 들어가는 말은 앞서 말한 내용을 포함해서, 다양하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없는 사람은 나뿐이고 우리뿐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지 않는 사람, 없는 사람도 많다. 거기에 신경 쓰는 사람이나,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말할 뿐이다. 하지만 실상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다. 책가방에 들어가야 할 물건, 그러니까 꼭 사용해야 할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뭘까?
생명을 유지하는 데 물과 공기가 필수인 것처럼, 내 삶에도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 있다. 남이 말하는 것 말고 말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찾을 필요가 있다. 실상은 필요 없는 것들로 걱정과 근심에 싸여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에 따라 살아가는 건 앞서 말했듯, 자기가 자신을 포로로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그것만 어깨에 메고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