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4. 믿음

by 청리성 김작가
힘을 빼고 온전히 의탁하는 마음

‘힘 빼기’

모든 운동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힘을 빼라는 말은, 계속 힘을 빼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힘을 빼야 할 때 빼고, 줘야 할 때 주라는 말이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힘을 빼야 할 때 힘을 주게 된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힘을 줘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힘을 잘 빼다가도, 어느 순간 힘을 빼지 못한다. 그래서 실수가 나온다. 골프를 잘 치는 어떤 분은, 힘 빼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한다. 그만큼 힘 빼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힘을 빼야 잘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힘을 뺄 수 있게 된다.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힘을 빼지 못하는, 아니 힘이 들어가는 이유 말이다.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갖거나 이겨야겠다는 욕심이 강하면 오히려 힘이 들어간다. 평소에는 잘하다가 내기 등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무너지는 사람들이 그렇다. 승부욕이 있어야 더 집중해서 잘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긴장된 마음은 몸까지 이어져 굳게 만든다. 굳어진 몸으로 이루어지는 동작은 자연스럽지 않게 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게 된다. 스포츠에 따라 어떻게 힘을 빼야 하는지 얘기하는데, 골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클럽의 무게로 쳐라.”

골프 클럽의 무게를 느끼면서 그 무게로 치라는 말이다. 그렇게 하려면 골프 클럽을 꽉 잡지 않아야 한다. 꽉 잡으면 무게를 느끼기 어렵고 그 무게를 그대로 공에 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클럽을 잡을 때 생달걀을 잡는 느낌으로 쥐라고 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왼손 약지부터 세 손가락으로만 클럽을 잡으라고 하기도 한다. 엄지와 검지는 걸친다는 느낌으로 잡으라는 말이다. 그래야 꽉 잡지 않게 되고 힘을 뺄 수 있게 된다. 처음에 힘을 빼라고 하면, 어깨나 팔에 힘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클럽을 잡는 손에 힘을 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면 팔과 어깨도 자연스레 힘이 덜 들어가게 된다.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독학으로 익히고 연습한 나만의 노하우다.


왜 꽉 잡게 될까?

멀리 보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힘을 빼고 클럽을 던지듯 치면, 원하는 거리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힘을 빼고 쳐야지 하면서도, 공 앞에만 서면 그런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연습 스윙을 할 때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돌리는데, 막상 공을 치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아마추어라는 거다. 힘을 뺀 상태에서 클럽을 믿고 그냥 던지듯이 스윙을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어떤 클럽 광고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 공감한다.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 않아서 문제지만 말이다.


골프에서 믿음의 자세를 배운다.

믿는다는 건, 힘을 빼고 그대로 맡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의지로 어찌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의탁한다는 것을 말한다. 믿음의 자세를 말할 때 항상 드는 상황이 있다. 아빠를 향한 아이의 마음이다.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몇 배나 높은 곳에 올라가더라도, 아빠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아빠가 자기를 잘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혹은, 팔을 벌리고 있더라도 옆으로 피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온전히 내맡긴다. 나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그렇게, 힘을 빼고 의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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