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자신과 만나는 시간, 쉼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 온전히 자신과 만나는 시간, 쉼

by 청리성 김작가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있다.

운전할 때 특히 그런 시간을 갖게 된다.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할 때도 생각을 하지만, 깊은 생각에 빠져들 때는 조용하게 운전할 때다. 차 안에서 조용하게 운전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생각이 필요한 내용을 꺼내서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생각할 거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관한 명확한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보통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보를 찾는 분주함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고요함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고요함에 머물기 전, 사람들과의 대화나 정보를 찾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등학생 때는 등산이 그런 시간이었다.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는 그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진로에 관한 고민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체육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길을 가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었을 거다. 그때는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가야 할지가 가장 컸겠지만 말이다.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집을 나섰다. 항상 오르던 산이 있었는데, 도봉산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산에 올랐다.




내가 산을 타는 방법은 간단했다.

발끝을 보면서 그냥 걷는 거였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유 있게 걷는 산보가 아니라, 경보처럼 거의 뛰는 정도의 속도로 무작정 산을 탔다. 그렇게 조금만 오르면 숨이 차오르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땀이 방해되는 경험을 한두 번 한 다음에는, 수건을 머리띠처럼 둘렀다. 코로 숨 쉬는 게 힘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한계인 듯한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게 됐다. 그때부터는, 그냥 발이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됐다. 이때부터, 머릿속에서 움직임이 시작된다.



생각이 시작되는 거다.

고민으로 가지고 왔던 화재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한 번에 한 가지만 떠오른 게 아니라, 이 생각 저 생각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왔다. 내가 할 거는 그렇게 뛰어나오는 생각들을 인지하는 것뿐이었다. 이러면 머릿속이 더 복잡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산을 타고 있는 몸과 함께 자연스레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의지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인지하고 ‘그렇구나!’, ‘그래!,’ ‘그런 것도 있네?’라며 그냥 올라가면 됐다. 그러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상에 오른 순간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는 거다.

이런 느낌이다. 많은 양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린트한다. 출력된 종이를 가지런히 모아 두 손으로 들고, 책상 위에 두세 번 탁탁 친다. 그러면 서류가 반듯하게 모여서 정리된다. 아주 깔끔하게 말이다. 이런 느낌이었다.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켰는데, 정상에 오른 순간 말끔하게 정리됐다. 어쩌면 그런 경험이 나를 산으로 데리고 갔는지도 모른다. 복잡한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니 말이다.


정리된 생각을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정상에서 한 일이다. 정상에 가면 박카스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그냥 마시라며 챙겨주시기도 했다. 학생이 혼자서 정상까지 올라온 게 장하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래서 정상에 도착했는데 아주머니가 안 보이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박카스를 못 마셔서가 아니라, 응원해 주는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였다고 나는 기억한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시간이 돼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확보해야 한다. 어쩌다 한 번도 좋지만, 매일 조금씩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새벽 기상하시는 분들은, 보통 새벽에 이런 시간을 갖는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기도하면서 이런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 때가 있는데, 그 기분이 참 좋다.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몰입의 즐거움이랄까? 잠깐의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20~30분이 훌쩍 흐를 때도 있다. 하얗고 폭신한 이불에 푹 파묻힌 기분이다.



진정한 쉼은 이런 것으로 생각된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마음에 평화를 얻는 것 말이다. 침대 안에서 뒹굴뒹굴하거나 별생각 없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그 시간이 멈추면 뭔가 휑한 기분이 든다. 풍요 속에 빈곤 같은 느낌이랄까? 더 헛헛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생각이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산을 타면서 생각할 수도 있고, 운전하면서 생각할 수도 있다. 달리거나 다른 운동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한다. 생각을 통한 진정한 쉼은, 어쩌면 몸을 움직여야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온전히 자신과 만나는 쉼을 찾고 계속 유지하는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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