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명은 열정인가? 의지인가?

by 청리성 김작가

<승려와 수수께끼>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하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오래전에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았던 책이다. 초판 발행이 2013년도이니, 그때쯤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빼 든 건, 어떤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가끔 이런 일이 더러 있는데, 책꽂이에 꽂혀있던 이 책이 필자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절 인연’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때는 안 들어왔는데, 지금은 들어왔으니 말이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책 표지를 보면서, 소설 형식을 빌린 전문적인 내용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적혔으니 말이다.

실리콘밸리와 책 제목이 어울리진 않는다.

책 제목의 이유라도 알기 위해 일단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했다. 경험한 이야기를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내용이 마치 소설처럼 느껴졌다. 프롤로그 마지막이 되니, 책 제목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스님이 저자에게 수수께끼를 냈기 때문이다. 1m 정도의 높이에서 달걀(책에서는 ‘계란’으로 표기)을 떨어뜨린다고 할 때, 달걀이 깨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거다. 이 수수께끼를 듣자, 콜럼버스의 달걀이 떠올랐다. 같은 달걀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답은 매우 간단한데 복잡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 때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 마지막에서, 이 답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그가 알게 된 답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하는 사람이다. 시작하는 내용도, 카페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한 젊은이와의 미팅을 그렸다. 절반 이상을 넘기 시점에서, 저자는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돈을 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경멸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가치 같은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더 관심이 갔다.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기대감을 충족하는 내용을 만났다.

인생을 두 단계로 나눈 부분이다. 1단계는 ‘해야만 하는 것’이고, 2단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단계를 하기 위해 1단계를 하는 시기를, ‘미뤄놓은 인생 설계’라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거치는 단계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본인도 이 절차를 거쳤지만, 2단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페에서 만났던 젊은 창업자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1단계와 2단계의 태도에 관해서도 언급하는데, 매우 의미심장하다. 1단계는 의지고, 2단계는 열정이라고 한다.


“열정이란, 저항할 수조차 없이 어떤 것으로 당신 자신을 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의지란, 책임감 또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다.”


비슷한 듯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이 문장을 읽고, 열정은 자발적이고 의지는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에도 나왔듯이, 열정은 자신조차도 알 수 없이 이끌려 가는 것이지만, 의지에는 의무감이 짙게 배어있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몇 가지 사례로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욕망은, 열정이 아니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열정이 아니라고 한다. 이 둘은, 의지에 가깝다고 말한다.


저자도 처음부터 이것을 깨달은 건 아니다.

본인도 ‘미뤄놓은 인생 설계’의 과정을 거쳤던 사람으로, 열정과 의지가 서로 갈등을 벌이면서 비로소 이 둘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한다. 열정을 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알아차리게 된 거다. 그렇다면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저자가 직접 연결 짓지는 않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문장을 발견했다.


“무언가에 기꺼이 평생을 바치려면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많은 걸 깨닫게 된다.”


자신의 존재 즉, 사명을 찾는 거다.

사명을 찾을 때 하면 좋은 질문을 위 문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어떤 일인가?’,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갖춰야 하는가?’ 하고 싶은 일인 것과 동시에,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요소를 갖춰야 하는 거다. 요소라고 함은, 내적으로는 강점이고 외적으로는 팀원 혹은 협조자가 아닐까 싶다. 이 둘을 갖춰야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은 열정인가? 의지인가?”

사명이라 생각하는 그 일이 열정인지 의지인지를, 나 자신에게 묻는 거다. 당연하다고 여긴 부분에 관해, 조금은 더 깊은 질문으로 확인할 필요를 느낀다. 저자가 열정이 아닌 의지라고 예를 든 것을 봐도 그렇다. 저자가 의지라고 설명한 것을 일반적으로 열정이라 여긴다. 착각하는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그 일이 열정인지 의지인지, 사명인지 의무인지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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