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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을 일으키는 유혹, 그리고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교만

by 청리성 김작가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많이 들어 본 말입니다.

이 말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과 대비하는 겁니다. 이 둘의 차이는 뭘까요? 전자는 머리로 알고 있고, 의지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전이지요. 후자는 어떤가요? 실제 그렇게 행동합니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행동하라는 말이죠. 이 또한, 너무 잘 아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 하나를 해보겠습니다.


행동은, 무조건 좋은 걸까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갑자기 행동이 무조건 좋냐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행동은, 실천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하면 안 되는 걸 잘 알지만, 그렇게 하게 되는 행동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악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하는 행동이죠.


늦은 시간에 먹으면, 숙면에 지장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배가 고프거나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먹습니다. 다음날 힘겹게 일어나면서 후회하지만 이미 지난 일입니다.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지금 귀찮음을 넘어서지 못하고 미룹니다. 역시나,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이 외에도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을 겁니다.

분명 잘 알고 있습니다. 의지도 있고요. 하지만 막상 그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왜 그리 작아지는지요. 이럴 때는, 스스로 설득도 참 잘합니다. 그렇게 의지의 깔딱 고개를 넘어가면, 더는 설득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관성의 법칙으로, 그대로 밀고 나가기 때문이죠. 처음이 어렵지, 그 순간만 넘기면 괜찮아집니다.


또 다른 악습도 있습니다.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 하는 겁니다. 타인의 험담이 좋지 않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대화할 때,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됩니다. 혼자서 은근슬쩍 하기도 합니다. 마음속으로 하는 거죠.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속으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도 험담이니 말이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집중하고 실천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원하기만 합니다. 집중하지도, 실천하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평만 하게 되는 거죠. “왜, 나만 안 되는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참 많이도 듣습니다. 하지만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이, 유혹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그와는 다르게 행동하게 하는 모든 것은 유혹입니다. 가장 참기 어려운 마음이 아닐지 싶습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왜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렵고 힘들게 이룬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일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뻔히 압니다. 그 사람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아! 짐작은 갑니다.


교만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교만이라는 놈은 참 무섭습니다. 대놓고 무서운 게 아니라, 은근슬쩍 무섭습니다. 공포 영화 중에서도 무서운 장면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돌아봤을 때 섬뜩할 때가 있는데요. 그 영화가 진짜 무서운 영화인 것처럼 말이죠. 교만이라는 놈이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합니다. 아무 이야기도 들리지 않게 합니다. 아이들 눈에도 보이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죠.


사람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이 무엇일까요?

자기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그게 되던가요? 그 순간에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알게 됩니다. 사소한 것이라면 한숨을 내쉬며 넘기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섬뜩합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교만의 시작입니다. 그래야 유혹에 빠지거나 악습에 물들어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매일 자기를 살피고 돌아보면서 착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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