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래된 사진을 발견합니다.
의도적으로 찾은 것은 아니고요. 무언가를 찾거나 정리하다가 발견하게 됩니다. 서랍이나 상자에서 나오기도 하고, 책 어디에선가 꽂혀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진을 출력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볼 뿐이죠. 가끔 가족들과 외식하고 들어오는 길에 ‘인생네컷’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은 게, 출력한 사진 전부입니다. 해마다 가족사진을 찍자고 이야기는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꼭 가족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 매년 날을 정해서 기념일처럼 보내는 것도 좋겠네요. 시간이 지나면, 인원이 하나둘 추가(?)될 테니 말이죠. 벌써 이런 생각을 할 나이가 됐네요.
오래전 사진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시간상으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을 보면 한참 전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대학생이 된 첫째의 유치원 때의 사진이 그렇습니다. 어깨동무하며 걸어 다니고 있는 둘째가, 팔을 쭉 뻗어 제 손을 잡은 사진이 그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키가 커지는 막내가, 식탁에 기어 올라와 막걸리 통을 입에 대고 있는 사진이 그렇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아이들은 이제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버렸네요. 아이들의 옛 사진이 아니었으면, 흘러간 세월의 느낌을 못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상영됩니다.
사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시절쯤에 있었던 기억날만한 일들이 떠오르는 거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쫓아가다가, 한참을 가만히 있던 적도 있습니다. 정리하다 말고 생각에 잠겨 한참을 멍하니 있을 때도 있었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그때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었습니다. 어떤 기억이든, 모두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당시에는 힘겹고 어려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습니다. 후회나 아쉬움이 왜 없을까요. 그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다고 여기며, 지금의 모습에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모든 게 축복이었습니다.
이 말은, 앞으로 벌어질 일도 모두 축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일희일비하며, 살아낼 필요가 없다는 거죠.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마음이 그렇게 흐르도록 길을 내려면 노력이 필요하지만 말이죠.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면 그것에 감사하면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그 이유를 찾으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찾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보다 더 기쁘고 큰 감사의 마음이 올라옵니다. 이런 상황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처음 간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있는 정류장에서 타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누군가가 길 건너서 타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버스 정류장에서 가끔, 이런 모습을 봅니다. 길을 정확하게 알려준 사람에게 90도 인사를 몇 번이고 하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거죠. 저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요.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칫 1시간 아니, 2시간까지도 허비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죠.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축복입니다.
축복으로 받아들이면, 모두 축복이 되는 겁니다. 축복은 외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주어지고 안 주어지고가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내 마음 안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자 마음먹으면, 축복인 거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축복의 시간이 많았나요?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았나요? 돌아보니 다 추억이더라는 말은, 축복의 시간이었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어떤가요? 돌아보니 다 추억이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