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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Oct 23. 2024

순종이 아닌 적응하는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자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었습니다.

정규 시리즈 1위 팀 기아와 2위 팀 삼성이 붙게 되었습니다. 1, 2위 팀이 최종 승부를 겨루는 게 당연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는 KBO(한국야구위원회)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 개인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굵직한 기록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5위 팀에게, 가을 야구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있습니다. 이 제도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5위 팀 KT가 4위 팀 두산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업셋’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렇게 올라와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마지막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니, 참 대단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이름처럼 마법을 써 내려갔다고 해야 할까요? 정규 시리즈에서도 하위권에 있다가, 어느새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팀은 하반기에 전력이 상승하는 팀 이미지가 있어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렇게 되니 신기했습니다. 이번 ‘업셋’ 기록으로, 이 이미지가 더 굳어질 듯합니다. 또 다른 굵직한 기록이, 며칠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서스펜디드게임 선언입니다.

서스펜디드게임은 경기를 중단한다는 의미로, 비나 기타 상황으로 더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때 선언됩니다. 중단된 그 상황 그대로, 다음 일정에 경기가 이어집니다. 선수들도 시작할 때는 좀 어색할 듯합니다. 영화를 보다 일시 정지하고 며칠 후에 보는 것도 어색하니 말이죠.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서스펜디드게임이 선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업셋’만큼 굵직한 기록인 거죠. 경기가 중단되자 많은 비판과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비가 왔고 또 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경기이니만큼 어떻게든 진행하는 게 시작 전에는 맞는 듯했습니다. 모든 펜도 경기했으면 하고 바랐을 테니까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한참 동안 기다린 경기였으니까요. 하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나 팀에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팀의 분위기도 다릅니다. 삼성의 처지에서는, 에이스 투수를 백분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고, 상승세의 흐름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6회 말까지만 진행했더라도 강우 콜드로 이길 수 있었으니,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기아의 처지는 좀 다릅니다. 선발 투수를 교체한 상황이었고, 넘어가는 흐름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단의 효과가 어떤 팀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말할 뿐이지요. 포스트시즌 경기는 단기전이라 작은 변수가 매우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비가 대표적이죠. 비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출전이 어려웠던 선수가 출전할 기회를 얻기도 하고, 일정에 맞게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맞춰놨는데 흐름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돔구장인 ‘고척’에서 모든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비뿐만 아니라 바람 등 날씨의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 환경 측면으로는 가장 공평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듯합니다.

누가 최종 우승을 차지할지는 모르지만, 비 이야기와 서스펜디드게임 이야기는 빠질 수 없을 겁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득을 봤고,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고 말이죠. 결과론적으로 말입니다. 결과에 맞춰서 설명하면, 같은 조건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됩니다. ‘아전인수’라는 사자성어처럼, 자기 입맛에 맞게 설명하는 거죠. 같은 현상이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합니다. 이긴 팀에게는 득이라고 할 것이고, 진 팀에게는 실이라고 할 겁니다. 다른 이유로 경기 결과가 달라졌어도 말이죠.   

  


가장 좋은 선수와 팀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환경을 이기거나 극복하려는 게 아니라, 환경에 맞춰서 그것에 맞게 적응하는 거죠. 오랜 시간 생존하는 동물의 특징도 그렇다고 하죠?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한 동물이 살아남았다고요. 환경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겁니다.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흐름이 타는 겁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에 맞게 적응하고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목을 매면, 숨이 막힐 뿐입니다. 할 수 있는 것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디딤돌로 삼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내 앞에 놓인 거추장스러웠던 돌이, 디딤돌이 됩니다.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힘입니다. 이것이 진정, 깨어있는 삶이 아닐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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