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요기 베라의 명언입니다. 뉴욕 메츠 감독 시절에 했던 말인데요. 뉴욕 메츠는 내셔널 리그 동부에서 꼴찌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이번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요기 베라가 발끈하며 내뱉은 말입니다. 말은 현실이 된다고 했나요? 뉴욕 메츠는 내셔널 리그 동부에서 1등을 차지하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합니다. 기적이 일어난 거죠. 단순히 말로만 끝났다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현실로 증명했기에 지금까지,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주문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기아가 우승했는데요. 마지막 5차전은, 한 번쯤 되돌아볼만한 경기라 생각됩니다. 기아는 홈구장에서 37년 만에 우승 세리머니를 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남은 3경기 중 한 경기만 이기면 됐으니까요.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많은 사람이 5차전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기아의 투수는, 대투수로 불리는 양현종이었으니까요. 7년 전 우승을 결정지을 때도 양현종 투수가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투수 기용이었는데요. 마지막 투수로 나와서 마무리 지었던 모습을, 기아 펜이라면 기억할 겁니다. 우승 공식이랄까요? 그렇게 5차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대투수 양현종 선수가 1회부터 2점 홈런을 맞은 겁니다. 모두가 잠시 얼음이 되었죠. 바로 다음 타자한테도 홈런을 맞습니다. 1회부터 3점을 내준 겁니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3회에 또다시, 2점 홈런을 맞습니다. 1회에 홈런을 맞은 그 타자한테서였습니다. 기아도 1회에 1점을 내긴 했지만, 초반부터 기세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봤습니다. 이때 기아는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대투수를 3회에 바로 내린 겁니다. 아무리 점수를 내줬더라도, 이렇게 빨리 내려간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불펜 투수가 나오면서 선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후에는 1점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투수들이 잘 막았습니다. 그 사이 기아 타자들은 점수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역전까지 합니다. 정말 무서운 기세였습니다.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되니 삼성 선수들은 기가 꺾여 보였습니다. 반대로 기아 선수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듯한 기세로 뻗어갔고요. 그렇게 기아가 예상대로 최종 우승을 차지합니다. 우승은 예상했지만, 5차전 경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습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더 크게 와닿은 경기였습니다.
야구뿐일까요?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거죠. 내 마음에서 끝이라고 단정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결과론적인 말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달려봤던 사람이라면, 이 말에 깊이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상황 때문에,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내 마음이 그렇게 결론을 냈기 때문에, 그 모습대로 끝난 겁니다. 아! 물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원하는 결과가 다 나오는 건 아닙니다. 분명한 건, 마음으로 끝내면, 절대 일말의 희망이라는 건 없습니다. 다 끝나는 겁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끝까지 해봐야 하는 겁니다. 마음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요.
이미 정해진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한 업체와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고 진행도 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경쟁 PT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새로 온 부서장이 지시한 겁니다. 담당자는 난감해하면서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구색을 좀 맞춰달라는 거죠. 전문 용어로는 병풍을 서 달라고 표현합니다. 친한 사이라 거절할 수도 없어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한창 혈기 왕성한 시기였던 터라, 그냥 병풍만 서고 싶진 않았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경험도 없는 프로젝트라 난감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요? 전국에서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였는데, 저희가 절반 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보니, 실제로는 저희가 60% 이상 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더 많이 한 거죠.
정해진 건 없습니다.
정해졌다고 믿는 것만 있을 뿐입니다. 될 것 같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고, 안 될 것 같다고 자포자기해서도 안 됩니다. 끝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꼴찌가 첫째가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뉴욕 메츠가 그랬습니다. 꼴찌 팀이 1등을 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꼴찌라고 포기했다면 이런 역사를 쓰지 못했을 겁니다.
한 번쯤은 이런 드라마틱한 역사를 써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한 첫 번째가 마음입니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그러면 방법은 찬찬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방법을 찾기보다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어쩌면 반대로 했기 때문에 방법을 찾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가장 우선은 마음입니다. 끝까지 한다는 마음 말이죠. 마음 한 번 대차게 먹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