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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Oct 31. 2024

지금 내가 반복하는 그것이 곧, 나를 만듭니다.

꼭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전체 코스는 800km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기간으로는 한 달 조금 더 걸린다고 합니다. 기간은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며칠 전 가톨릭신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러 번 다녀온 분이 쓴 책 소개를 봤습니다. 비용을 떠나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소요해야 하기에, 한 번도 다녀오기 힘든데, 여러 번 다녀왔다고 하니 일단 부러웠습니다. 한번 다녀오고 나서 매년 가게 된다는 분도 봤습니다. 그 길의 매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들은 얘기로는, 종착지에 성당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성당에서 참례하는 미사가 마지막 여정이라고 하는데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합니다. 그 느낌도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 중간에, 길이 있는데요. 마치 이발기로 가운데를 민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나 이어지는지 모를 그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 여정입니다. 모든 길이 이렇진 않겠지만, 많은 길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길을 걸을 때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어떤 느낌인지 압니다. 산책할 때나 등산할 때 이런 경험을 합니다. 의식적으로 떠올린 생각이 아닌,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생각을 끄집어 올립니다. 어쩌면 순례객 중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지만, 계속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날의 종착지에 도착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으면 어떻게 될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종착지를 만나는 건 불가능하게 되는 거죠. 종착지에 닿기 위해서는 계속 걷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스스로 걷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누군가 차로 데려다주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차를 타고 이동할 거면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그곳까지 갈 이유가 없겠죠? 걷는 것이 이 순례길을 선택하는 이유인데 말이죠.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가는 방법도, 이와 같습니다.

어둡다고 그 자리에 머물면,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어둡고 답답하다고 그 자리에 머물면, 계속 그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아! 아니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점점 커지게 되니,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가만히 있으면 어떤가요? 피곤한 상태 말고요. 에너지가 올라가나요? 아니면 더 떨어지나요? 아마 더 떨어질 겁니다. 기운 차리자고 하면서 벌떡 일어날 때가 있으시죠? 에너지는 움직여야 올라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 아닐까요?     


계속 걷는 것 그리고 움직이는 것.

이 둘을 삶에 적용해 봅니다. 우리가 매일 해야 하는, 그 무엇입니다. 원하는 종착지에 도착하기 위해 정해서 반복하는, 그것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듯하지만, 매일 반복하는 그것이, 곧 나를 말해주고 나를 완성해 가는 시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앞이 보이지 않나요? 어둠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나요? 그러면 멈추지 말고 걸어야 합니다.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끝을 볼 수 있고 어둠에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단, 이 질문을 수시로 하면서요.


“내가 매일 반복하고 있는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 반복이 내가 원하는 종착지에 데려다주는 데 도움이 되나요?”


반복하면서 이 질문을 가끔 해야 던져봐야 합니다. 지금 하는 반복이 습관적 반복은 아닌지 살펴야 하는 거죠. 관성에 끌려다니는 삶 말고 내 발로 내가 걸어가는 삶이어야, 원하는 종착지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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