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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욕하지 말고, 촛불 하나를 밝히는 마음으로 살아

by 청리성 김작가

새해를 맞이할 때, 사자성어를 발표합니다.

그해에 바라는 바나 전망을 적은 내용입니다. 전국 대학교수들이 꼽은 사자성어라며, 발표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발표한다는 것만 알았지, 큰 관심이 없어 내용은 잘 몰랐는데요. 검색해 보니, 여러 개가 눈에 띕니다. 올해는 어떤 사자성어가 선정되었는지 살펴봤는데요. 공고한다는 기사만 있지, 어떤 것이 선정되었다는 것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지자체별로 공고를 내기도 했고, 기업에서 공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회사나 그밖에 공동체에서도, 이루고자 하는 것 혹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사자성어나 문장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개인도 그렇습니다.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한해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낼지, 한 문장이나 단어 등으로 정리합니다. 바라는 바를 적기도 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비전 보드에 적기도 하고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기도 합니다. 잘 보이는 곳에 적어놓고 계속 되뇌는 거죠.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계속 바라보면서 기억하고 실행하기 위함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설정한 문구를 따라 잘 왔는지를 돌아봅니다. 뿌듯한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고, 아쉬움으로 마음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바인더를 쓰면서, 매년 적은 기록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기록을 찾을 수가 없네요. 2022년에는 ‘생각 힘 빼기’였습니다. 생각이 많았거나 경직됐었나 봅니다. 왜 이렇게 썼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으니, 짐작할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2023년에는 ‘삶 is 코치’였습니다. KPC 취득과 인터널 FT를 목표로 하고 있던 때라, 코칭을 중심으로 살아내고자 다짐한 듯합니다. 그해에 원하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2024년에는 ‘청리성(聽利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퍼스날 브랜드로 설정했는데요. 이 말의 의미는, ‘이야기를 경청하여 이로운 것을 갖추도록 돕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이었습니다. 23년과 비슷한 느낌으로, 코치의 역할을 다지고자 다짐한 내용이었습니다. 실행을 많이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2025년의 문장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어떤 신부님께서 책에 쓰신 말씀을 인용했는데요. “어둠을 욕하지 말고, 촛불 하나를 밝히는 마음으로 살아내기” 이 문장으로 정한 이유는, 지금 읽고 있는 <성 요셉의 생애> 덕분입니다. 요셉 성인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사셨지만, 악마의 유혹도 많이 받으셨습니다. 사람들을 통해 비난을 받고 구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갖은 모욕을 당하는 시련을 겪으시지만, 전혀 흐트러짐 없는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 사람들을 용서하기를 청하셨고, 당신에게 용기를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 질문이 떠올랐는데요. 잘못된 소문에는 일일이 반박했을 겁니다. 부당한 처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따지고 들었을 겁니다. 따져 들지 못할 사람이라면, 속으로 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했을 겁니다. 괴롭힌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청하기보다, 마땅한 벌을 달라고 했을 겁니다. 시련을 이겨낼 용기를 청하기보다, 왜 저한테 이러시냐고 따져 물었을 겁니다. 어둠을 욕했을 겁니다.

요셉 성인은 달랐습니다.

어둠을 욕하지 않으시고, 촛불 하나를 밝히셨습니다. 자비의 촛불, 사랑의 촛불, 용서의 촛불, 인내의 촛불, 감사의 촛불 등을 말이죠.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요셉 성인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내고자 다짐한 거죠. 아니, 저에게 이 문장이 찾아왔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인 듯합니다. 선물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여겨집니다. 이 선물을 잘 간직하고 실천해서, 요셉 성인이 느끼셨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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