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 휴일이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 않던 것을 하고 싶은 거죠.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다음 날 일정으로 자제했던 욕망이 솟아나는 거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일찍부터 서둘러야 할 때는 일찍 자는 게 상책이라, 먹고 싶거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멈추고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가끔 뭐에 쓰였는지, 일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때도 있긴 합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후회한다는 것이 문제고, 알면서도 또 그런다는 게 더 문제긴 하지만 말이죠.
마음을 놓으면, 무언가 쑥하고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면 생각도 나지 않는 것들이, ‘내일 쉬는데….’라며 살짝 고삐를 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에 쓱 하고 들어옵니다. 악마의 유혹이랄까요? 새벽에는 천사가 활동하고 밤에는 악마가 활동한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밤에는 그런 유혹들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다음 날 이른 일정이 없으면 그렇습니다. 빨리 정리하고 일찍 자는 것이, 다음 날 상쾌하고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알지만, 밤이라는 시간적 상황을 이겨내기가 쉽진 않습니다.
유혹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때뿐이라는 겁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생맥주가 생각날 때가 있죠? 빨리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한 잔, 혹은 한 모금 길게 마시면 어떤가요? 미칠 것 같은 유혹의 강도가 사그라듭니다. 그걸로 충분히 만족하기도 합니다. 반주하기 좋은 음식이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다음 일정에 지장이 있어 자제하다가도, 뿌리치지 못하고 한잔할 때가 있습니다. 그 한 잔이 들어오면 더는 유혹의 상태가 크지 않습니다. 이후는 그냥 관성으로 마시게 되는 거죠. 끊었던 담배를 태우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 대 뭅니다. 그 한 대로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는 사람을 봅니다.
유혹의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아쉬워하거나 후회한다는 겁니다. 그때 뿐을 넘기지 못하면 곧, 아니면 다음 날 아쉬움과 후회가 동반됩니다. 그때만 잘 넘겼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행동한 다음 후회합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오래 지나지 않아 반복합니다. 다짐하고 무너지고 다짐하고 또 무너집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 걸까요? 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저울질의 기울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살랑거릴 때는 두 가지를 저울에 답니다. 늦은 시간에 배가 고프다고 합시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은 두 가지입니다. ‘먹어?’와 ‘말아?’입니다.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 분석하게 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선택하게 됩니다. 먹든지 그렇지 않든지 말이죠. 먹자는 선택의 승리가 더 많습니다. 개별적인 통계를 봐도 그렇지 않나요? 내일의 힘겨움보다 지금 배고픔의 고통이 더 크고, 먹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오늘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내일의 상황이 오늘의 욕망을 이기기 어려운 거죠. 겉으로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을 싸움입니다. 절대적인 거죠. 내일이 오늘을 이기는 사람을 보면, 독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으니까요. 자기는 그게 잘 안 되니 더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걸 참아?’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합니다. 별종으로 보는 거죠. 내일이 이기게 하려면, 의도적으로 내일에 무게 중심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내일 벌어질 일을 더 심각하게, 자신에게 알려주는 거죠. ‘이렇게 되더라도, 할래?’라고 묻듯이 말입니다.
매일을 빡빡하게 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 오늘의 욕망에 끌러가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는 겁니다. 어제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당사자의 말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한 당사자의 말입니다. 오랜만이었지만, 알면서 또 그랬네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활동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늦게 일어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해성사하듯 이야기합니다. 또 그러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지금의 욕망은 지나가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원하는 이상향은 계속 살아있습니다. 원하는 이상향을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행동하는 하루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