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먹으라고 합니다.
영업할 때, 밥을 먹거나 술 한잔하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밥이나 술이 어려우면, 커피 혹은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사람은 무언가를 먹을 때 긴장이 해소된다고 하는데요. 그냥 대화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먹으면서 대화할 때, 마음이 열린 상태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외의 이유를 찾는다면,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밥은 최소한 한 시간 이상 먹게 되는데요. 목적이 있는 이야기를 위해 만났다고 해도, 한 시간 내내 그 이야기만 할 순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죠.
사적인 이야기 말입니다.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해도 겉도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깊게 들어가지 않는 거죠.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를 깊게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큰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단답형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연속되는 질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다고 해보겠습니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자녀가 몇이냐 아들이냐 딸이냐 정도에서 그치는데요.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는 조금 더 들어갑니다.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이냐, 무엇을 잘하냐 등등의 질문을 하게 됩니다. 답변할 때도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깊은 대화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지인들도 그렇습니다.
목적이 있는 이야기 이외의 대화를 하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주제가 나오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는 거죠. 그 안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점이라고 할까요?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며 속으로 감탄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표현할 때도 있지만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알 수 없던 모습입니다. 이후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심도 있게 대화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목적 있는 대화나 겉도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역할을 알 순 있어도 그 사람 자체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표현이,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줍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겪어낸 수많은 경험이, 그 사람 안에 담겨 있습니다. 관심을 두고 묻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를 만나든 시간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 사람의 일생에 관심을 두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보물을 얻게 됩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역량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말이죠. 경험으로 체득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타고난 듯한 것도 있습니다. 가졌으면 하는 역량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그 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 물어볼 때가 있는데요. 지금까지 고민했던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좋은 사람을 소개받기도 합니다. 사람에 관심을 두고 묻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선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크던 작던 중요하던 덜 중요하던,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역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묵혀두면 아까우니까요. 그 혜택을 자신이 받기도 합니다. 타인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관심을 두고 질문하고 경청하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