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의 계절입니다.
무슨 무슨 계절이라고 표현하면서 기대감을 표현하는데요. 감기의 계절은, 기대되지도, 반갑지도 않습니다. 이번 독감은 매우 치명적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염률도 매우 높다고 하네요. 감기가 한 달 동안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계속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지만, 계속 달고 다니는 건, 혹을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매우 불편하죠. 뉴스 머리기사를 봐도 심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독감으로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라는 말을, 지나가는 인사말처럼 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기는 무엇보다, 몸살로 힘겹습니다.
목감기는 목이 아픈 것만 감수하면 되고, 콧물감기는 줄줄 흘러내리는 콧물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됩니다.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길 수도 있지만,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몸살은 다릅니다. 몸살은 온몸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으슬으슬한 몸 떨림부터, 송곳으로 곳곳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힘겹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겹습니다. 밥 먹는 것도 일이 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은,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계속 가라앉는 몸과 마음으로 힘겨움이 더해갑니다.
하루아침에 털고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뜨끈한 곳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흘린 땀과 함께 몸살도 날아갑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던 것 같은 몸이, 짐을 털어낸 것처럼 가벼워집니다. 몸을 괴롭히던, 떨림과 통증도 사라지고요. ‘이런 상태로만 살아도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거죠. 이 마음이 오래가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매번 몸살을 털고 일어나서야,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됩니다.
몸살은 몸이 살아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몸살이 나는 이유는, 그동안 견디고 견뎠던 몸이 더는 견디기 힘들어 두 손을 드는 것이라 합니다. 더 견디면서 갔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는 몸의 신호인 거죠. 더는 질주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어, 쉼을 갖게 하면서, 몸이 살아나도록 한다는 겁니다. 인체의 신비입니다. 고통을 느끼는 것도 그렇습니다. 고통이 오면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길 바라는데요. 너무 당연한 거죠. 만약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정말 큰일 난다는 겁니다. 불에 닿아 뜨거움과 통증을 느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몸이 다 탈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아픔을 느끼는 것 또한, 이상적인 인체의 신비입니다.
몸도 마음도 깨끗한 상태면 좋겠습니다.
몸이 항상 몸살을 털고 일어났을 때의 상태면 좋겠습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걱정도 불안도 두려움도 슬픔도 없는 상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항상 쉬면, 쉬는 것이 달콤하지 않습니다. 쉬는 것도 하루이틀이라고, 처음에는 좋지만 계속되면 이 또한 불편합니다.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어도, 그렇게 됩니다. 힘겨운 삶의 여정이 있기에, 쉼이 쉼의 몫을 다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몸과 마음의 불편함도 그렇습니다.
항상 평온하면 그것이 평온인지도 모를 겁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틈이 없습니다. 아프고 힘들 때보다, 더 무기력해질지도 모릅니다. 아파야 한다고 항변하는 건 아닙니다. 안 아픈 게 훨씬 좋죠. 아픔을 아픔 그 자체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픔은 하나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아픔을 결과로 받아들이니, 더 힘들고 괴로운 겁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하나의 과정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정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찾는다면, 몸도 마음도, 많이 가벼워질 겁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결과로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지금 힘겨운가요?
아픈가요? 버겁나요? 그러면 그 이유를 찾아볼까요? ‘왜 지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문제의 본질을 찾으면 답을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벌어지는 이유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그 답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에 두는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뜨거움이 따뜻함으로, 차가움이 시원함으로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현상은 같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어떤 느낌이길 원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