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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

by 청리성 김작가

매일 루틴이 있다.

13개의 항목으로 정리한 표가 있는데, 지켰는지 그렇지 못했는지 매일 확인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매일 하던 것들을 정리했고 추가로 하고 싶은 루틴을 더했다. 한 번 정한 것은 무조건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몇 개월하고, 뺄 건 빼고 추가할 것은 추가했다. 매일 기록한 것을 보면,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보인다. 못한다고 말은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지 않는 거다. 하겠다고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니, 하지 않는 거다. 귀찮은 것도 있고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스트에 넣을 때는 꼭 해야 할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그렇지 않은 거다. 어떤 때는 며칠 만에 삭제하거나 추가한 내용도 있다.


처음부터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항목들이 있다.

기상 시간이 그렇고 기도와 운동이 그렇다. 이 외에는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누던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기록한다. 이 모든 루틴의 가장 기본은, 기상 시간이다. 계획한 기상 시간에 일어나야, 많은 부분을 할 수 있다. 루틴의 거의 절반 이상이, 출근 전에 하기로 목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일상으로 들어가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시간도 그렇다. 내가 계획한 시간보다,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정하고 그에 맞춰서 생활해야 한다. 따라서 계획한 기상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날은, 쫓기는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기상 시간이 하루 성공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상 시간에 따라 루틴을 실행한 시간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않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일어나기로 계획한 시간은 5시다. 이전에는 4시 30분으로 했는데, 무리가 되는 것도 있고 5시에 일어나도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출근 전까지 90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목표를 적고 감사 일기를 쓴다. 하루 일정을 정리하기도 한다. 기도하고 묵상한다. 영적 독서를 조금 하고, 운동한다. 운동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갖는데, 실제 하기 어렵다.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하면 되는데, 생각이 많아져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시간 여유가 되면 책을 좀 읽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계획한 모든 것을 해낸 날, 문밖을 나설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에너지가 한껏 올라간 느낌이다. 매일 이런 기분을 느끼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몸의 상태에 따라 그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감기 몸살 기운이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 아주 좋아졌다. 완전히 다 나았다고 할 순 없지만, 좋아졌다. 문제는 체력이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을 느낀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끼는 건, 일어날 때의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한다. 몸이 무겁거나 일어나기 힘들다. 의식은 일어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뒤척이다가 일어나야 할 마지노선 시간에 일어나게 된다. 출근 준비할 시간의 여유 정도다. 최근 며칠은 거의 이렇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에너지가 좋은 상태일 리가 없다. 하지 못한 루틴으로 마음이 더 무겁다.


악순환이다.

늦게 일어나는 것과 루틴을 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서로 엉키면서, 안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마음은 더욱 처지고 몸도 처진다. 이제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짐이 문제가 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게 될지 걱정이 올라온다. ‘오래가진 않겠지?’라며 마음을 토닥여 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루틴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지켜왔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쉬어야 할 때 쉬어야 또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거다. 루틴이라는 명분에 싸여, 진정 그것을 지키려는 이유를 잠시 잊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은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삶도 필요하지만, 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니, 잘 관리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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