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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네.

by 청리성 김작가

걱정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언제 걱정하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걱정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현재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니 걱정이 된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냐는 노랫말처럼,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이는, 반복된 경험을 통해 학습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불안에 휩싸이고 걱정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거다. 걱정을 만들어서 하는 듯 보인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걱정한다.

우리는, 많은 일을 계획하며 살아간다. 업무와 관련된 것은 물론, 일상도 계획으로 이루어진다. 무계획도 계획이라며 계획하지 않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계획한다. 지난 설에, 음식 장만을 위해 장을 봤는데, 무엇을 살지 목록을 적어 구입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크거나 물건이 없으면, 계획했던 것이 어그러지면서 걱정하는 아내를 봤다. 여행할 때도 계획한다. 첫째가 스키장을 간다며 이것저것 챙기는데, 가져가려 했던 워머가 없어져 한참을 찾으며 걱정하던 모습을 보였다.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도와준 상황이 조금 변경되면서, 계획하지 않았던 비용이 나가는 것에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는 이전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하게 됐는데도 말이다.


또 어떤 상황에 걱정할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걱정을 불러온다. 계획과 결이 비슷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르다. 계획은 나의 의지와 관련이 깊다면, 원하는 상황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상황은, 외부의 영향이 더 크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더 크다는 말이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인데,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마음이 걱정을 일으킨다. 오디션과 같은 거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건 내가 아니다. 좋은 점수를 주는 건 심사위원의 몫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그 숫자를 내가 정할 순 없다는 말이다.


걱정할 상황이 참 많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것이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예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실제 그런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지 않은가? 엄청나게 깨질 것이라 걱정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 말이다. 계획했을 때도 그렇다.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더 좋은 상황으로 전개된 적도 있다. 예약했던 객실에 문제가 생겼는데, 더 좋은 객실로 안내받은 상황 같은 것 말이다. 원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지만, 훗날 돌이켜보니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른다.

<타짜>의 명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인생, 관뚜껑 닫는 소리 들을 때까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그 일이 어떤 영향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뚜껑 닫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도, 모르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을 지레짐작하면서, 마음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사람인지라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덜 쓰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현재 내 앞에 마주한 상황과 사람한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그랬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불안과 걱정이 마음을 덮쳐온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주문을 외워보면 어떨지 싶다. ‘까르페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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