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연휴가 마무리되었다.
여름휴가를 제외하고, 이렇게 긴 연휴를 맞이한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설을 중심으로, 전에 4일 그리고 이후 4일이 배정(?)되었다. 대체공휴일과 휴가를 추가해서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그냥 편안하게 쉬자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책을 좀 보고 영화도 좀 보자는 심산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좀 여유 있게 가지면서, 늘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책을 좀 많이 읽자는 계획에는 차질이 있었지만, 다른 계획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영화를 많이 보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자유롭게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날 때도 있었다. 휴일에 가끔 그런다. 2~3시인데도 정신이 말똥말똥한 상태로 깬다. 바인더를 펼쳐서 들춰보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책을 보기도 하고, 멍하니 있을 때도 있다. 정말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좀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뒤척이긴 했지만,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 봐야 8~9시였지만 말이다.
연휴 막바지가 되면, 마음이 산란해진다.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던 패턴에서, 정해진 일정에 맞춰야 하는 패턴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시간부터, 지나서는 안 되는 시각이 있다. 시각 지점마다 마쳐야 할 일이 있다. 출근 준비부터, 아침에 하는 루틴들이 그렇다. 자유로운 시간에도 하는 것들인데,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하는 것과 자유롭게 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자기 스스로 통제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통제를 받는 것의 차이랄까? 한 영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야생에서 자라는 동물과 동물원에서 자라는 동물 중 어느 동물이 더 오래 살까? 후자의 동물이 더 오래 살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한 곳에서, 때가 되면 먹이를 주고 재워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라고 한다. 야생에서 자라는 동물이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라고 말하진 않지만, 자기 스스로 통제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것이, 더 오래 사는 이유라고 해석한다. 일리 있는 해석으로 보인다.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마음 상태가 다른 것도 이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란한 마음을 조금 바꿔봤다.
산란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해진 틀에 맞추기 위해 움직인다는 생각에서, 흐트러진 일상을 바로 잡는다고 생각을 바꿨다. 말이 자유지, 흐트러진 생활을 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휴 끝자락에서 항상 하는 생각이다. ‘계획대로 하지 못했네.’ 계획은 세우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마무리한다. 거의 그랬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야지 다짐하지만, 아쉬움의 크기만 다를 뿐, 거의 다르지 않았다. 하긴, 어떻게 해도 아쉬움이 남겠지만 말이다.
틀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하자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시간과 공간의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자고 생각한 거다. 완전히 풀어진 상태가 아니라, 마음을 잡아줄 일정한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자는 거다. 시간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면서 끌고 간다는 생각과 행동을 하자는 거다. 생각을 조금 바꾸니 산란했던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계획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느릿했던 동작이 조금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다.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맞추느냐에 따라, 감정 상태가 달라진다. 어두운 생각은 밝은 생각으로 바뀌고 무거웠던 감정은 가벼워진다. 어둡고 무거울 때는, 생각과 감정이 서로 공격한다. 점점 더 어둡고 무겁게 만든다. 밝고 가볍게 변할 때는, 서로 돕는 방향으로 바뀐다. 점점 활력이 올라오게 만든다. 상황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상황이 마음을 어둡고 무겁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밝고 가볍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결정되는 거다.
연 이야기가 있다.
연은 실에 매달려 구속된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만약 실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연이 자유롭게 날까? 아니다. 곤두박질친다. 연을 날리다 실이 끊어진 것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여유 있게 날던 연은 갈 길을 잃은 채로 어디론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연이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이유는, 구속된 것으로 보이는 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라는 말이다. 마음이 그렇다. 구속하고 있다고 여기느냐 아니면,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로 여기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어둡고 무겁게 하는 그것을 당장 내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