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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주는, 진정한 가치

by 청리성 김작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간절함? 앎? 경험?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이렇게 정리된다. 간절함은 믿음을 갖게 하는 시발점이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몰아붙이게 한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머리 위에 달린 풍선에 꽃가루가 담겨있는 것과 물이 가득 들어있는 것처럼, 둘 중 하나다. 앎은 믿음을 점점 굳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안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설득되는 거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여러 가지 정황들이 확신으로 이끈다. 경험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영양제를 먹었는데, 몸이 달라졌다면 어떤가? 어떻게든, 계속 찾아서 먹게 된다. 경험만큼 믿음을 확실하게 하는 건 없다.


날이 좋지 않은 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혹은 그럴 거라는 예보가 있는 날. 지하 주차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차가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중으로 주차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매우 불편할 때도 있다. 포스트잇에다가. 이런 식으로 주차하지 말자고 경고하고 싶은 마음마저 올라온다. 날이 그러니 이중주차를 할 수는 있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 없고, 자기만 괜찮으면 된다는 모습에는 정말 화가 난다. 아무튼. 이런 날은 주차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반신반의하면서 말이다. 어떤 마음이 더 들까?


‘내 자리는 있겠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확률이 어림잡아도 8~90%가 넘는다. 이런 날씨에 야외 주차장에 주차한 횟수가, 최근 기억으로 2번 정도밖에 없다. 이중주차를 한 게 아니라, 주차구역에 주차한 것으로 말이다. 나는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는 주차하지 않는다. 차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차를 가지고 들어간 날에는, 이중주차가 심하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빈자리 하나를 발견한다. 가끔은 나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자리가 있지?’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 믿고 들어간다. 100%는 아니지만, 거의 자리가 있거나 빠져나가는 차를 발견한다.

이 믿음은, 복합적이다.

어떻게든 차를 지하 주차장에 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복잡한 상황에서도 들고나는 차들이 있으니, 타이밍만 잘 맞으면 자리가 있다는 앎. 자리가 있을 것이라 믿고 내려가면, 자리가 있을 때가 많았다는 경험. 이런 요인들이 어우러져, 내 자리 하나는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강해진 거다. 자리가 없으면, 마음이 불편할까? 아니다. 없으면, “밖에 대지 뭐!” 한마디 내뱉고 주저 없이 밖으로 나간다. 야외에 주차한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간절함과 앎 그리고 경험보다 더, 믿음에 중요한 요소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착하지 않음이다.


믿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로운 마음은,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다 이유가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몫일 수도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거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마음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믿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여기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다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다. 믿음을 소유한 사람은 폭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흔들리거나 넘어질 순 있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고 일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믿음이 주는, 진정한 가치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도 필요한 것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힘을 갖는 거다. 믿음은 그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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