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비키!”
며칠 전, 평일 미사 강론에서 신부님이 하신 표현이다. 처음 듣는 표현이었는데, 앞줄에 앉아 있던 아이들에게는 알지 않냐며 확인하기도 하셨다. 이 말의 유래(?)는 이랬다. 장원영이라는 아이돌 가수가 있는데, 이 가수가 한 말이라고 했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럭키’는 말 그대로 행운이라는 의미고, ‘비키’는 장원영의 영어 이름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행운아라는 의미다. 신부님은 이 단어의 의미를, 예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빵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기 앞에서 빵이 다 소진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살 수 없다니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곧이어, 새로 구운 빵을 얻게 되었다. 빵이 다 떨어져 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갓구운 빵을 얻는 행운을 마주하게 된 거다. 안 좋은 상황이라 여겼지만,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 되는 이런 상황, 이때 이렇게 외치는 거라고 했다. “럭키 비키!”
글을 쓰면서 검색해 봤다.
‘나무위키’에 자세한 설명이 나왔다. ‘원영적 사고’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 가수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표현이다. 단순 긍정적인 사고를 넘어 초월적인 긍정적 사고를 뜻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 제일 먼저 나왔다. 긍정에만 초점을 맞춘, ‘해로운 긍정성’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현실을 외면하는, 무조건적인 긍정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초월적 긍정적 사고라….’ 궁금증을 갖게 계속 읽어가는데,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이라며 이 단어의 설명을 마무리했다. 밑에 자세한 예시가 나와서 소개하면 이렇다. 갑자기 비가 온 상황이다. 해로운 긍정성은 이렇게 해석한다. “비가 왔지만 괜찮아. 나는 춥지 않고 지금 행복해.”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이 다분하다. 원영적 사고는 이렇게 설명한다. “갑자기 비가 와서 추어. 그런데 운치 있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완전 럭키 비키잖아.”
느낌이 왔다.
내가 강조하는, 긍정적인 생각과는 다른, 밝은 점 찾기와 결이 같다. 나는 긍정적인 생각이라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선 설명처럼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밝은 점 찾기는 다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밝은 점을 찾는 거다. 세상에 온통 어두운 점만 있는 것도 없고 온통 밝은 점만 있는 것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예를 자주 들었다. 자장면만 먹을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하자. 좀 비참한 상황이긴 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자장면을 먹으면서, “꿀맛이네! 꿀맛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장면에서 꿀맛이 날 일은 없다. 밝은 점 찾기는 이렇다. “자장면 면발이 쫄깃하고 양념이 고소하니 맛있네!” 그 자체에서 밝은 점을 찾는 거다.
생각의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두운 점 혹은 현실을 부정하는 생각을 계속하면, 그런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아니,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돈다. 무엇을 보더라도 그렇게 된다. 하지만 밝은 점을 찾고자 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큰 어둠이 덮쳐도 그 안에서 작게 빛나는, 밝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어둠이 빛으로 변하는 반전을 경험하기도 한다. 빵집에서의 사례가 그런 상황이다. 빵이 떨어져서 못 사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갓 구운 빵을 사게 되었으니 말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것 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도, 정작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속담이 나온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보이지 않는 거라고. 물건도 그렇지 않은가. 별로 필요 없다고 어딘가에 던져놓은 물건은 찾기 어렵다. 관심을 두지 않고 아무 데나 뒀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물건을 한참 동안 찾은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있을 거다. 관심은 곧, 계속 바라보는 방향이다. 머리에 담고 있는 생각이다.
산에 보면 길이 아닌데 길처럼 난 곳이 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자주 다녔기 때문이다. 계속 다녔기 때문이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다. 자주 바라보고 담고 있어야, 바로 작동이 된다. 밝은 점을 찾는 것도, 그렇게 해야 한다. 모든 면에서 밝은 점을 찾으려고 하면, 익숙해져서 쉽게 찾게 된다. 어둠의 상황을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면 어떨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다. 생각의 방향을 원하는 곳으로 계속 보내야 한다. 한순간에 그리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이루어진다. 어두운 점을 찾든 밝은 점을 찾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