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기.
언젠가부터 마음에 품은 생각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갈 때, 마음이 매우 불편한 것을 여러 차례 느끼면서 한 다짐이다. 의도한다는 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그렇다. 점심으로 이것을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다른 메뉴의 점심을 먹을 때가 있다. 식당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불만이 가득 차오른다. 이런 마음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못한 음식보다 더 낫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 식당을 다시 찾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매우 좋지 않은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의도하지 않는다는 걸 의욕적으로 살지 않겠다고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일전에 점심 메뉴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한 말이다. 그 말에 빗대어 보면, 지금 하는 말이 모순이라 여길 수 있다. 점심 메뉴를 의도하지 말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말하고자 핵심은, 점심 메뉴를 고를지 말지가 아니다. 주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과 의도한 것에 집착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거다. 이 점을 먼저 집고 가야 할듯하다.
의도하지 않겠다는 건, 마음 다스림의 한 방법이다.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거나 그것을 표출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다. 공동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 안에서, 모든 상황이 내 의도대로 흘러갈 순 없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마음을 드러내면, 주변 사람들과 마찰만 생길 뿐이다.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강점이, 배려하지 않는 약점으로 발휘되는 거다.
의도하지 않겠다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도다.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실수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와는 다른, 과격한 행동이나 악한 행동이 어디에서 오는가? 악한 생각에서 온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그 생각이다. 자기를 무시했다는 생각, 예의가 없다는 생각, 괘씸하다는 생각 등이 올라왔기 때문에, 행동이 그렇게 나오는 거다. 왜,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 걸까? 내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를 무시하고 있어!’, ‘저런 행동은 매우 예의 없는 거 아니야!’,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괘씸한데!’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한다는 건 판단한다는 의미도 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마주할 때, 의식하지 않아도 판단하게 된다. 가끔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움찔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남을 쉽게 판단하는 사람이었나?’ 판단은 곧 의도다. 내가 인정하는 모습이 아니면, 잘못됐다는 의도가 담긴 거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판단할 순 있다. 하지만 빠르게 다른 의도로 덧칠할 필요가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의도다.
보고 느낀 대로 판단했더라도, 그 이유를 찾음으로, 판단을 순화시키는 거다. 그러면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때도 있다. 항상 그러면 좋겠지만, 욱하는 마음이 크게 올라와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너무 강하게 밟은 상태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쉽게 정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횟수가 줄어든다.
열 번을 판단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면, 그 횟수가 줄어드는 거다. 강하게 올라오는 건 좀 어렵지만, 약하게 올라오는 건 어렵지 않게 누를 수 있게 된다. 약하게 올라왔던 것이 점점 세게 올라와 폭발할 때도 있으니, 그런 상황도 막을 수 있다. 횟수가 줄어들고 강도가 줄어들면 언젠가는, 언제라도 평온하게 사람을 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을 꿈꿔보며, 오늘도 의도하지 않기를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