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토마스 신부님의 은퇴 감사 미사

by 청리성 김작가

금요일 늦은 오후.

성당에 속해 있고, 속해 있었던 단톡방에 공지 글이 올라왔다. 본당 협력과 주임을 역임하셨던 한만옥 토마스 신부님께서, 43년의 사제 생활을 마치시며, 감사 미사를 봉헌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 미사라는 표현이었지만, 은퇴 미사라는 말이다. 일시는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오후 14:00였다. 늦게 소식이 왔지만, 다행히 일정이 없어 참석할 수 있었다. ‘이노주사’ 17집 앨범 봉헌 미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다음 달로 미루어진 거다. 처음 정해진 일정대로였다면 참석하지 못했을 텐데, 이 또한 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아쉬울 뻔했다는 말이다.

신부님과 좀 각별한 인연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신부님이 본당에 계실 때, 지금도 하고 있지만, 사목 활동을 했었다. 청소년 분과장으로서 그리고 총무로서 활동했다. 총무는 떠나시기 직전에 임명해 주셨다. 각별한 인연이라는 건, 특별히 많이 사랑해 주셨다는 거다. 잔잔한(?) 여러 에피소드도 있지만, 크게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다.


한 번은, 식사 자리에서였다.

원래는 낄 자리가 아니었다. 어린이부 주일학교 선생님들 회식 자리였는데, 아내가 소속되어 있어 얼떨결에 합석하게 되었다. 신부님이 초대해 주신 거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새 사제가 되어 본당으로 오신, 부주임 신부님이 토마스 신부님께 질문했다. 누구를 제일 사랑하느냐고 말이다. 왜 이런 질문을 하셨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당신을 지목하실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를 지목하신 거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신부님께 이런 말씀을 들으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이후부터는 교우들과 이야기할 때 가끔, “토마스 신부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또 한번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월요일 저녁이었다.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요일은 명확하게 기억한다. 퇴근하는 길이었다. 잠실에서 항상 타던 광역버스를 탔다. 항상 맨 뒷자리에 앉는 습관이 있어서 맨 뒤로 가는데, ‘어?’ 3분의 2지점쯤 토마스 신부님이 앉아 계셨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2초 정도 일시 정지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신부님 옆자리에 앉았다. 신부님께서는 휴일(본당 사목을 하시는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월요일이 휴일)을 맞아 명동에서 동기분들을 만나고 오시는 길이라고 하셨다. 독대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한 기운이 조금 맴돌긴 했었다. 첫 번째 정거장이 다가올 때쯤, 신부님께서 제안하셨다.


“한잔하고 갈래?”

이미 동기들과 한잔하고 오시는 길인데, 나와 한잔을 제안하신 거다. 바로 좋다고 했고, 다음 정거장에서 함께 내렸다. 그리고 사제관으로 갔다. 신부님과 버스에서 독대하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사제관에 초대받아 독대하는 것도 처음이라, 살짝 긴장감이 올라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제가 신자를 사제관에, 개별적으로 초대하는 것 말이다. 신부님은 선물 받으신 거라며,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와인 한 병을 꺼내셨다. 신부님께서 안주도 준비하시고 잔과 그밖에 몇 가지를 챙기셨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나는 옆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르기만 했었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시는 동안 신부님은,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좋으시다며, 아이들 목소리의 노래를 틀어주셨다. 같이 노래를 듣고 와인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자리 자체가 너무 좋았다는 느낌만 기억한다.


미사가 집전되고, 은퇴식이 진행됐다.

토마스 신부님의 약력을, 어떤 신부님이 소개하셨는데,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넣는 농담이 그랬다. 그 안에서 신부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회자는 약력이 아니라, 야사라는 표현까지 했다. 이후 두 분 신부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셨다.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는데, 많은 신부님이 토마스 신부님을 “오빠”라고 부른다고 했다. 더 나아가 “언니”라고 부르는 신부님도 있다고 하셨다. 형님보다 오빠 혹은 언니라고 불리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형님은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라며 진두지휘하는 리더의 모습이라면, 오빠와 언니는 감싸안아 주는 리더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신부님이 그러셨다. 참석하셨던 신부님들과 학사님들이 불러 주신 특송은 감동이었다. 노래는 교가라고 했다.


마지막에, 신부님께서 인사 말씀을 하셨다.

신부님의 사제 인생을 돌아보니 두 가지만 떠오른다고 하셨다. “감사”와 “부끄러움”이었다. 모든 것이 감사하는 말씀과 못난 당신을 인내로 지켜봐 주신 하느님과 신자분들께 부끄럽다는 말씀이었다. 끝까지 온유하고 겸손한 모습이었다. 이런 신부님께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사제관에 단독으로 초대되어 술잔을 기울였다는 게 자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행이라 여긴 건, 작년 말쯤 아내와 함께 신부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 자리를 했다는 거다. 그때 하지 못했다면, 언제 또 같이 식사할 자리가 있었겠는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신부님을 위해 매일 기도 중에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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