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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매력

by 청리성 김작가

모든 이야기의 재미는 반전에 있다.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면, 혹은 일반적인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 “아! 뭐야…”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하는 말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소설도 그렇다. 이야기로 구성된 모든 것들은,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다. 우리가 주변 사람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평이하고 잔잔한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진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나 반전이 있는 이야기에 혹한다. 이것이 이야기 반전의 매력이다.


며칠 전에 읽은 소설이 그랬다.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다. 2권으로 구성된 책인데, 며칠 만에 읽었다. 전체 이야기는, 20년 전 벌어진 여대생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이 끌어간다. 삼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따라가는 서술과 살인범이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내용이, 번갈아 가며 나온다. 릴레이하듯, 짧게 짧게 이어지는 구성인데 재미있다. 여대생 살인 사건이라 남자가 용의선상에 섰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재수사에서도 그렇다.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범인의 느낌도 그랬다. 하지만 2번째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스포일러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까지) 거기까지 이어지는 내용도 재밌지만, 반전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올라오는 느낌은 더 좋았다. 반전의 매력을 느낀 거다.


반전은 소설과 영화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성경에도 나온다. 몇 년 전 온라인으로 성경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아직 기억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살짝 소름도 돋았다. 그 반전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신자 비신자를 떠나 이 이야기는 많이 알 거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사건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 둘에게 남자와 여자가 각각 겪게 될 고통을 말씀해 주시고, 가죽옷을 입혀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신다.


이것이, 반전이다.

왜 반전일까? 하느님께서는 처음에 분명히 말씀하셨다. 선악과를 따먹으면 죽는다고. 아담과 하와는 죽임을 당해야 했다. 처음 말씀대로라면 그렇게 하셔야 했다.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죽음을 내리지 않으시고, 가죽옷까지 입혀서 보내신다. 죽는다고 하셨는데 살리신 거다. 이 내용을 설명하신 신부님께서 이렇게 정리하셨다. “이것이 인류 최초로 입은 자비입니다.” 엄청난 자비인 거다. 이 말씀을 듣는데, 마음이 꽉 차오르면서 머리가 열리고 화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반전이 있을까?


부모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한테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하면, 이제 아무것도 안 해줄 거야!” 정말 그렇게 하는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다 해준다. 자신이 한 말을 까먹어서일까? 아니다. 그때가 되면 또 마음이 짠해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이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화가 나기도 하지만, 자비의 마음이 더 크게 자리하는 거다. 부모 마음이 이런데, 하느님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죄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게 옳지만, 죄를 짓더라도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그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죄의 무게보다 자비의 무게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것만 명심하면,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자비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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