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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릴 것인가? 나를 알리게 할 것인가?

by 청리성 김작가

살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곤 한다.

이렇게 말하니, 나 또한 누군가한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뉴저널리스트 투데이>라는 인터넷 언론사에, 작가 인터뷰 기사를 올리는 걸 하고 있다. 대가를 받고 하는 건 아니다. 무명작가가 책 출간한 이후 겪는 어려움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다. 지금까지 18명의 작가를 인터뷰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표면적으로?’ 이게 무슨 말인가? 실제 인터뷰한 사람이 더 있다는 말이다. 인터뷰 일정을 잡고 당일 연락이 안 돼서 진행하지 못한 일도 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확인 작업만 남은 작가가 있었다.

초안을 작성해서 보내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회신이 없었다. 보통은, 본인의 기사가 빨리 올라가길 바라기 때문에, 늦어도 2~3일 내에는 회신이 온다. 기사를 확인하고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바빠서 아직 못했다고 빨리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이후, 연락이 없었다. 다시 연락할까 하다가 말았다. 그때는 어이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인터뷰한 시간과 그걸 정리한 시간까지 생각하면, 화가 났다.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허탈했다.


이 작가와 처음 통화한 내용을 기억한다.

퇴근하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인터뷰했던 작가님 소개로 알게 된, 전자책을 출간한 작가였다. 여자였는데 좀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이 작가가 한 말 중 하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본인이 말하면 자기 자랑이지만, 다른 사람이 말해주면 홍보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리 좋게 들리진 않았다. 나보고 자기 자랑을 해달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조금이라도 알려주기 위해 하는 건 맞지만, 기분이 좀 그랬다. 돌이켜보니, 나를 도구로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서 그런 모양이다.


말만 건져 올리면, 맞는 말이다.

본인이, 본인 혹은 가족의 자랑거리를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어떤가? 사람이나 톤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자기 자랑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랑’이라는 표현이 좋은 느낌은 아니다. 타인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가? 더 좋게 느껴진다. 말은 전하는 사람의 내용보다, 더 좋게 느껴질 때도 있다. 호감도가 올라가고 신뢰감이 들 때도 있다. 마케팅이나 홍보 관련 이론에도 이런 내용이 있을 거다. 제삼자가 전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이다. 직접 연관된 사람이 말하면 꿍꿍이가 있는 듯하지만, 제삼자가 하는 말은 다르다. 진공청소기에 먼지가 빨려가듯, 관심이 빨려 들어간다.


사람의 본능인듯하다.

좋은 것은, 알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대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마음이 좋으니까, 입을 통해 그냥 나오는 거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그렇게 나온다.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빠르게 확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좋은 것은 알리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좋은 글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것도 그렇다. 별 상관없는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글이나 영상을 공유한 적이 있다면, 누구에게 했는지 생각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PR의 시대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는 자기가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첫 책을 출간할 때 출판사 제안으로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SNS를 워낙 기피하던 터라 탐탁지 않았지만, 해야 한다고 하니 했다. 지금도 글을 올리는 용도 말고는 거의 무엇을 하지 않는다. 잘 보지도 않는다.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 다르다. 사람들이 퍼다 나른다. 좋아하기 때문이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PR이지 않을까? 내가 나를 직접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고 싶게 만드는 것 말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 꾸준히 하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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