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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는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

by 청리성 김작가

경험으로 알지만, 또 다른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경험을 통해 이렇게 저렇게 될 거라는 건 안다. 알면서,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라는, 돌연변이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믿음이 없는 건 아닌데, 확신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지 않은 거다. 돈에 관련된 부분이 가장 그렇다. 매월 초, 고정 지출로 나가는 비용을 엑셀로 정리하면서 한숨을 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매달 그렇다고 보는 게 맞겠다. 들어오는 금액과 나가야 할 금액 사이에 부등호가, 후자 쪽으로 벌어질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비가 과하거나 여행을 다녀서 그런 건 아니다.

다섯 식구가 살아야 하니,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출이 많다. 여기에 더해, 크게 나가는 대출 원금과 이자 때문이다. 전세 생활할 때, 바로 옆 동으로 이사한 적이 있었다. 성모상을 들고 걸어서 옆 동으로 가는데, 서러웠다. 서러운 마음에 다짐했다. 다시 이사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꼭 집을 사겠다고 말이다. 아파트를 구매할 당시, 거의 모든 금액을 대출받았다. 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다. 친구와 회사의 도움으로 부족한 부분까지 매울 수 있었다.


빌렸다는 말이다.

당장에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집을 장만한 거다. 다 갚아야 할 빚이지만, 기적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은행과 친구 그리고 회사를 통해, 모든 비용을 마련했다는 것이 기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현재의 은행 시스템으로는, 그렇게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없다. 회사에 대출을 받거나 친구한테 돈을 다시 빌릴 가능성도 매우 낮다. 신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이 그렇다. 지금 집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어림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때보다 지금 아파트 구매 비용이 많이 늘었다는 거다.


감사할 따름이다.

몇 달 전 수녀님께서 기도해 주신 것처럼, 감사만 하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필요한 방향으로 흘러갈 거다. 그걸 믿고 따르면 된다는 것을 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경험해서 알지만, 또 다른 생각이 그것을 믿도록 두질 않는다. ‘가능하겠어?’, ‘상식적으로 말이 돼?’ 등등의 의심이 일어난다. 기적을 경험하고도 이런다. 기적 이외에, 소소하고 다양한 일들도 많다. 어찌 보면 그 또한 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기적을 경험하고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야겠다. 또 다른 기적을 경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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