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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으로 다스리는 의지

by 청리성 김작가

한 버라이어티 쇼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오래전 영상인데,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검색해도, 나올지 모르겠다. 장소는 야외 수영장 샤워 부스였다. 벽에는 수영장 혹은 목욕탕 특유의 상징인 하늘색 타일이 촘촘히 붙어있었다. 벽 중간중간에는 간격을 두고, 높을 곳에서 물이 떨어지도록, 샤워기가 달려있었다. 천고가 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이 샤워기 아래서, 머리를 감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그 남자의 머리에 샴푸를 뿌렸다. 머리를 감던 남자는 씻을수록 더 많은 거품이 아는 걸 이상해했지만, 계속 머리를 감았다. 손놀림을 더 빠르게 하던 이 남자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듯, 찡그린 표정으로 비스듬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던 남자의 소행을 발견했다. 머리를 감던 남자는 분노했고, 다른 남자는 줄행랑을 쳤다.


몰래카메라 같았다.

아! 이 장면이 혹시, 몰래카메라 였는지도모르겠다. 어쨌든. 머리 감을 때 힘 조절을 못 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샴푸가 손바닥에 담길 때가 있다. 조금 더 많을 뿐인데도, 머리를 헹구는데 거품이 많이 난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이 정도도 그런데, 샴푸 통을 머리에 대고 짰으니 어땠겠는가. 그 양이 엄청났을 것이고, 거품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거다. 보이는 거품의 양보다, 느끼는 거품의 양이 더 컸을 거다. 샴푸가 계속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샤워기 두 개의 물이 머리에 떨어진다고 해도, 거품을 없애지 못했을 거다. 당한 남자는 샴푸를 뿌리던 사람이 사라진 다음에야, 남은 거품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 장면에서, 메시지 하나를 얻는다.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거품을 없애기 위해서는, 거품이 나지 않는 환경으로 가야 한다. 벗어나고 싶은 환경이 있다면, 그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술자리를 가거나 술을 집에 둬서는 안 된다. 스스로 인내심을 책정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거나 거부할 수 있지만, 휩쓸릴 거나 현혹되기 쉽다. 막 밥을 먹어 배부른 사람도 평균적으로, 일곱 번 정도 권유하면 먹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의지가 있고 여건이 마땅치 않아도, 주변 환경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의지를 믿기보다,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

자기 의지를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다. 스스로 속으면서도 “이번만큼은 달라!”라며 의지를 불태우지만, 그때뿐일 때가 많다. 결심한 것을 단박에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운 이유다.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환경에 머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의지를 위해서도 좋다.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벗어나야 할 환경은 어딘가? 내가 머물러야 할 환경은 어디인가? 그곳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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