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그는 분명히 내 말을 들었음에도 다시 물었다.
"응?"
보통 사람들은 정말 상대가 못 들었다고 생각해서 다시 말해주는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 다시 물음은 사유의 회피였다. 들었던 방금 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무슨 말이었는지를 기억 속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그 수고 대신 응?이라는 한 글자로 상대방이 그 기억을 다시 자기 눈 앞에 펼쳐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답 대신 그가 생각할 시간의 틈을 기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