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작건 크건 어떤 공간에서 피아노 연주자가 빚어내는 부드러운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그 선율을 따라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곤 한다. 그 감미로움은 지금의 나를, 정확히 몇 학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생 시절 어느 겨울날로 인도한다.
피아노 학원을 이젠 정말 안 가겠다며 학원 옆 눈 밭에 누워버린 그 어린 나를 조용히 일으켜 세운다. 그 아이의 언 손을 나의 이젠 굳은 손으로 꼬옥 잡고 피아노 학원으로 데리고 간다. 아이도 나는 나여서인지, 무언가를 느껴서 수긍한 듯 나를 따라온다. 그러다가 연주가 끝나버리고, 아이는 다시 눈 밭에 누워버리고, 나는 박수를 친다.
박수밖에 칠 줄 모르는 두 손으로 박수라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