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가 문득 모든 게 평온을 되찾는 순간은 몸이 아픈 순간이다.
아픔에 빠지면 마치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모든 시끄러운 소음들은 흩어지고,
모든 복잡한 빛들은 이지러진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중요한 듯 쫓으며 살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뽀르륵-
나에게서 멀어져 수면에서 사라져 버린다.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무엇이 급했던가? 무엇이 중요했던가?
사방팔방으로 파견 나가서 온갖 일들과 관계들을 관리하던 신경 다발들을 모두 불러들인다.
간만에 모든 신경들이 모인 덕에 손 끝 감각까지도 살아난다.
작은 소리도 골을 울리고, 작은 촉각도 살을 에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심연에서
도무지 보이지 않는, 위협도, 협박도 먹히지 않는 우직한 놈에게
때로는 지그시, 때로는 격렬하게 얻어터진다.
보이지 않는 그가, 나 자신에게 소홀했던 나를 나 대신 벌한다.
나와, 뵌 적 없는 선생님의 조용한 독대 시간.
인생에서 떨어져 나와, 나의 생을 배우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