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들 속에서는 남이었던 그가
남들 속에선 너처럼 보였다
눈이 마주쳤고,
우린 말이 없이만 너들일 수 있었다.
우리는 항상 너들의 공간과 남들의 공간을 나누며 살아간다.
너들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남들로부터 멀어질 벽을 지으며,
남들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너들을, 혹은 너들이 될 구실을 찾고자 한다.
여행을 떠나오면 이런 본능은 더 심해지는데,
이는 우리가 지나치게 남이라 생각되는,
본 적도 없는 이들에 둘러싸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인만 보아도 남은 아닌 것 같으며,
본 적이 없을지라도 한국인이라면 반가움이 솟아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남들의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너'가 될 틈을 물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건네지 못함은
우리가 너무 남이 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탓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