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어떤 하루를 "○○날"이라 정하고 무언가를 하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시스템이
참 경제적으로 영리하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적잖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콜릿, 빼빼로 아니면 그 무언가라도 주고받아야만 하는 것 같은 그 날들에는
주고 받는 자들과, 주고 받지 않는 자들로 나뉘는데,
주고 받지 않은 자들은 암묵적으로 '못한 자'들이 되어버리는 듯하다.
크리스마스였다.
멀리서 혼잡한 거리를 지켜보며
누군가와 함께 저 안에 있지 않음이 조금 떫었고,
저 혼잡 속을 굳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됨이 좋았다.
역시 좋음과 좋지 않음이 한 장의 종이처럼 붙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니
안타깝게도 누군가와 함께, 혼잡하지 않은 곳을 갈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있음이 떠올랐다.
그렇게 '안' 부정문은 또 다시 '못'부정문이 되었고,
나의 위로의 생각은 나의 오늘을 포장해주지 못했다.
남을 위한 포장은 항상 태연하게 하면서도, 나를 위한 포장은 번번이 실패한다.
어쩌면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포장을 주고 받기에 혈안이 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