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바다 Jan 01. 2018

뛰어난 리더는 회의를 하지 않는다

단순함이란 완벽함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작년 11월 중국 시안 (Xi'an)에서의 일이다.

MOU를 맺고 있는 현지 회사의 상반기 실적이 형편없었다. 매출 저조의 원인과 향후 실행 대책안에 관한 현지 J사장과의 협의가 끝나자마자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사장실 옆 대회의실이었다. 임원 포함 30여 명의 판매 영업부 직원들을 앉혀 놓고 J사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말이 회의였지, 사장의 직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화풀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언급했던 상반기 실적 저조에 대한 질타, 아니 분풀이였다. 상황 파악이 된 내가 10분쯤 앉아 있다가 자리를 빠져나오며 통역에게 웃으며 물었다.

"회의를 하는데 회의록 (Meeting Minutes)을 작성하는 직원은 안 보이네요?"


회의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지난 회의록이다. 지난 회의 때 어떤 안건을 다루었고, 그 안건에 대한 각 부 담당자들은 무슨 설명을 했고, 만일 어떤 기한 내에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그것을 차근차근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회의록은 미팅 하루 전 모두가 검토할 수 있도록 이메일로 발송된다. 회의록 없는 회의는 잡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서 회의는 그 회의를 주재하는 상사가 아닌 팀원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환경과 문화가 다른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참석한 그 무수한 회의 대부분은 상사의 일방통행식 상명하달이거나 회의를 가장한 비효율적인 잡담, 또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직원들이 그냥 깨지는 자리'였다. 내게 회의란 안 해도 되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더군다나 집중도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오전 10시부터 참석해 1시간 넘게 보내고 나면 그날 업무를 망친 기분이다. 회의에 관한 나의 철칙은 단 하나다.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한 전달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구두로 전달하고, 증빙이 필요한 사항은 출력해서 팀원들에게 돌려 읽게 하고 서명받는다. 팀원 전체가 한 자리가 모이게 하기보다는 두 세명 함께 커피 타임을 갖거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의견을 듣는다. 이메일 subject에 meeting invite나 request를 보내기보다 그냥 Can we have a chat for 5? 를 자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득이 미팅을 해야 할 경우 다음 사항에 따른다.

첫째, 회의는 오후에 한다

둘째, 회의 내용은 기록하고 회의 후 참석자 모두에게 보내 누락 오류 여부를 확인한다.

셋째, 회의는 최대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업무 파악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일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진행 중인 업무를 단순 간결하게 만들려면 핵심을 짚어야 한다. 덜 중요한 것과 중요한 것으로 구분해야 하고, 사족 따윈 과감히 잘라버려야 한다. 단숨에 본질을 꿰뚫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단순화 작업은 얼핏 보면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7, 8, 9 따위는 내게 맡겨두고 1, 2에 최우선 집중하자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모아서 직원들에게 잔뜩 떠넘기지만, 리더는 과감하게 먼저 선별해서 단순화시킨 다음, 팀원들이 핵심 사안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안 해도 될 일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는 바보 같은 짓은 없다."

- 피터 드러커 -


그날 저녁 먹으면서 들은 얘기지만 시안에서의 아침 회의는 2시간을 넘겼다고 한다.

이전 07화 칭찬은 고래를 미끄러지게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