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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바다 Mar 02. 2018

꼰대와 리더의 차이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꼰대는 이기심과 우월의식의 결과물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다 마치 숨겨진 보물이라도 찾은 듯 이 글을 서둘러 옮겨 적었었다. 첫째는 나부터 얼마든지 꼰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꼰대가 되지 않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되어서다.
이기심은 언제나 나를 먼저 내세우고 만사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의식이다. 우월의식은 필시 세월로부터 결코 싸워서 쟁취한 것이 아닌, 자동적으로 주어진 나이, 그 흐름에서 이것저것 보고 듣고 겪은 경험, 사회적 지위를 통해서 자연스레 갖게 되는 과시욕 등이 모두 합해진 결과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대접받으려고 한다. 직접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대접해주겠지 하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 대접은 누구나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가는 권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쉽게 겸손해질 수 있다.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자신을 더 낮추고 걸어야 한다                                            - 키케로 -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산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더듬어보니 내가 따르고 존경했던 상사는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두가 꼰대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누구도 나의 초기 사회생활의 롤 모델이거나 멘토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외국에서 첫 직장생활 중에 만난 J는 정부의 사회복지청 전체를 맡은 기술직이었다. 안경 뒤로 두 눈을 번쩍이며 자기 업무에 몰입해 있다가도 내가 다가가서 뭘 좀 물어보려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괜찮아. 나도 처음엔 너처럼 헤맸거든. 누구나 다 그래."

그리고는 내가 물어본 것이 이 세상에서 그에게 제일 중요한 업무인 듯 조목조목 전력을 다해 설명해주었다. 그는 겸손했다. 그래서 무척 편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동료였지만 내가 무척 좋아했다. 점심시간에 한국 음식도 같이 먹고, 주말에 스쿼시도 함께 치고, 영화도 보러 다녔다. 말수가 적고 온화한 그에게서 귀가 따갑도록 자주 들은 영어 표현 중 하나가 'No Worries'다. 아시겠지만 "괜찮아. 무슨 그런 걱정 따위를 해"란 뜻이다.


뛰어난 매니저들이 실패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교만 때문이라고 한다.

미 브라운 대학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피드백, 의견을 듣는 척은 하지만 결국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매니저는 향후 10년 동안의 승진율이 현저히 낮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 특히 부하 직원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할 때 그 팀원들이 그를 따르고 지지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거꾸로 겸손한 매니저들의 성과가 더 높고 승진도 빠르다고 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상하 막론하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길 좋아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며, 팀을 자신보다 앞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코 리더의 자리로 승진시키지 말라            - 피터 드러커 -


사회생활에서 오만함은 무지함 보다 더 큰 해악이다.
그 비극의 근원은 당사자가 그것을 자신감이라고 착각하는 데 있고, 그의 교만과 거만함의 피해는 고스란히 팀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다. 결국은 그가 파는 제품과 서비스, 회사의 브랜드까지 훼손한다. 왜냐하면 실적 좋은 세일즈맨은 안다. 그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팔고 있다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 세일즈맨의 제품을 사려는 고객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클래식 '지상에서 영원으로' (1953)에 나왔던 배우 버트 랭커스터가 이런 멋진 말을 했는지 미처 몰랐다.


친구 J는 얼마 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사는 도시가 달라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분기 실적이 좋거나 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면  J에게 곧잘 전화를 건다. 언제나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고 내 얘기를 들어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레 그와 닮고 싶어 진다.

며칠 전 J와 통화를 한 직후, 신입 사원이 쭈뼛거리며 도대체 지시 사항을 어떻게 실행하는지 모르겠다며 뒷 머리를 긁적이며 내 앞에 서있다. 그에겐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흔쾌히 내 옆의 의자를 권하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No worries."

그리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말이 무의식적으로 이어졌다.  

"괜찮아. 나도 처음엔 너처럼 헤맸거든. 누구나 다 그래. "

그 신입 사원이 의자에 앉으며 환하게 웃었다.

나보다 훨씬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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