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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wi Cho Aug 11. 2016

스타트업 브랜딩: 내가 보는 나와 너가 보는 나의 일치

문돌이 PM의 마케터 따라하기 시리즈

** 본 글은 문돌이 PM의 마케터 따라하기 시리즈 입니다.
** 1화 보기 - 초기에 할만한 ASO (앱스토어 최적화) 팁

** 2화 보기 - 초보 PM이 알아야 하는 초기 모바일앱 분석 101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하도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다 보니 친숙해진 단어이지만, 사실 그 명확한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다. '브랜드' 자체의 역사는 기원전 1100년전 까지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사실 단순히 내가 만든걸 구분하기 위한 스탬프 수준이였으며, 현대적인 의미의 브랜드와 '브랜딩'의 체계가 잡힌건 최근 50년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처럼 학부전공을 어설프게 경영학을 하고, 거기다가 마케팅을 심화전공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브랜딩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대부분은 어버어버하다가 설명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1/ 일단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에 거론되는 개념이 너무나도 많고, 학자마다 합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마다 설명하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고, 2/ 심리학에 기반을 깊게 둔 분야이기 때문에, 나처럼 어설프게 경영만 전공한 사람이 한학기 브랜딩 개론 과목 듣는다고 그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음.. 말이 나왔으니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에 얼마나 많은 개념들이 열거되는지 한번 따져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위키피디아 및 내 전공서적들을 좀 참고했다)


Brand elements: name, logo, tagline, graphics, shapes, colors, sounds, scents, tastes, movements...)

Brand identity

Brand trust

Brand parity

Branding strategies: individual branding, mulpiproduct branding, subbranding, brand extension, co-branding, multibranding, private branding

Brand Image

Brand personality

Brand attitude

Brand perception

Brand perceived quality

Brand loyalty

Brand value propositions

Brand awareness

Brand association

Brand power

Rebranding


뭐, 한 5분동안 열거해 본건데도 이만큼이나 나온다. 내가 오늘 논하고자 하는 본론의 주제는 바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마케터로서 (또는 대표로서) 이런 무지막지한 분야인 '스타트업 브랜딩'이라는 것을 현업 수준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브랜딩의 핵심 개념은 내가 보는 나와 너가 보는 나를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브랜드와 브랜딩의 정의를 전공서적에서 찾아보면 개념이 책마다 다 다른데,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직 역사가 깊지 않아서 학계에서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 이 영역의 대가라고 불리는 3인방이 있기는 하다. 바로 David Aaker, Kevin Lane Keller, Jean-Noel Kapferer 이 세명인데, (뭐, 코틀러 얘기도 많이 하지만 개인적으로 코틀러는 브랜딩보다는 마케팅의 전 영역에서 아버지처럼 불리는 인물이니 여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함) 우선 이들이 말하는 브랜드라는 놈의 정체에 대해 한번 보도록 하자. (한글정의는 Daniel Park님의 블로그 글을 인용했음)


아커: 브랜드란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업과 그 기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한 브랜드와 그 브랜드의 이름 및 상징에 연계된 자산과 부채의 총체이다.
켈러: 브랜드는 판매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규정하고 경쟁자와 차별하기 위한 이름, 기호, 상징, 디자인 혹은 이들의 결합이다.
캐퍼러: 브랜드라는 것은 구매자가 그 브랜드 상품, 유통 채널, 판매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접하면서 오랜 시간을 통해 생긴 긍정적 인상 또는 부정적 인상의 집합체이다.


이 세명의 정의를 해체해서 개념화시켜보자. 우선 브랜드와 관련된 3가지 큰 영역은 내 제품/회사 영역 + 소비자가 인식하는 영역 + 그 둘을 연결시키는 채널/활동들 이렇게 개념화 시킬 수 있다. 즉, 브랜딩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3가지 영역으로 완성되는 브랜드라는 존재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개념..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현업에서 쓰기에는 전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다. 여기에 내가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내 직속상사께서 개발한 Concept of Branding이라는 맵을 더해서 이해해보면 그 개념이 매우 명확해 진다.


Concept of Branding - Illustrated by Young-Jin Oh


이 맵을 보면, 결국 브랜딩이라는 활동의 정의를 앞서 구분한 브랜드의 3가지 영역에 끼워 맞추어 정의내려 보면 다음과 같다. 


(내 사이드)내가 정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소비자 사이드)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채널/활동 사이드) 마주치는 모든 접점에서의 일관된 액션을 통해 인식시키는 행위


조금 복잡해 보이는데, 사실 쉽게 얘기해서 '내가 보는 나 (내 제품/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가 인식하는 이미지와 명확하게 일치시켜 나가는 일련의 활동들'을 브랜딩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내가 정의하고 있는 제품의 코어 가치를 기반으로 한 '나는 무슨 존재인가'에 대한것과 소비자가 나를 인지하고 있는 '너는 뭐하는 존재인가'에 대한것을 나와 너가 만나는 채널들 (제품, 매장, 광고 등등)에서 일관되게 일시치켜 나가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이 다 브랜딩인 것이다.


아, 참고로 저 맵에는 사실 더 심오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예를들면 소비자가 나를 인지하는 '이미지'부분은 브랜드의 awareness(인지), loyalty(충성), association(연상), perceived quality(지각된 품질)등이 총체적으로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과,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 brand equity (브랜드 자산), 그리고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들이 곧 reputation(명성)이 되어 브랜드의 파워로 작용하게 되고, 이게 다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주는 일련의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되는 내용들이라는 것, 그리고 저러한 이미지는 그냥 생기는게 아니라 구매전, 구매, 구매 후에 접하게 되는 모든 contact points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경험 (experience)에 의해 인식 (perceived)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접점 관리가 브랜딩에서는 핵심이라는 것 등이다. (소위 브랜딩하면 멋있게 컨셉 뽑고 광고만드는거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영역은 매장, 고객센터 등 소비자가 내 브랜드를 heavy하게 경험하는 곳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고, 이는 전사적 접근이 필요하기에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초기 제품을 빌드하고 초기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저 방대한 영역을 미리 기획하고 고민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스타트업이 브랜딩을 한다면 다음에 설명한 내용들만 명심하면 된다.




내가 보는 나: 내 브랜드의 가치를 최대한 심플하고 명확하게 설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


내가 보는 나,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역시 학문적으로는 이를 형성하고 있는 하위 개념들이 방대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다음 5가지를 정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1. 브랜드 미션: 브랜드의 약속
2. 브랜드 가치: 소비자가 얻게 되는 것
3. 브랜드 슬로건: 위의 가치가 표현된 문구
4. 브랜드 페르소나: 내 캐릭터 정의
5. 채널관리: 모든 접점을 일관되게 기획


브랜드 미션이란, 내 브랜드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를 명문화 한 것을 의미하며, 내가 소비자에게 주겠다고 밝힌 일종의 약속같은거를 정의내리는 작업이다. 스타트업 담당자가 이 작업에 직면하게 되면 (나도 그랬었고)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행동들이 있다. 바로 브랜드 미션을 애매모호하고 다소 오글거리게 정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냐면, 우리가 브랜드 미션을 정할때 보통 대기업의 그것을 참고해 보기 마련인데, 보통 그런 큰기업들의 미션은 다소 장황하고 방대한 느낌이 있다. 그건 대기업의 경우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사업도 많아지고 조직의 5년후, 10년후를 바라보는 미션을 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션이 애매모호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스북처럼 한결같이 심플한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한 우물만 파는 대기업의 경우 미션이 심플한 편이고, 국내 대기업처럼 문어발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경우 미션이 애매모호한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임)


아무튼, 이런 기업들의 미션들만 보다 보니, 내가 서비스하는 이 브랜드도 뭔가 웅대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러다 보면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된 애매모호한 브랜드 미션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초기 스타트업의 초기 제품을 서비스하는 상황이라면 브랜드의 미션이 절대로 장황하거나 애매모호해서는 안된다. 미션이 명확해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가치 정의, 타겟, 페르소나, 채널관리 등등의 후속 작업들이 명확해 지고, 미션이 장황하면 그 후속작업들 역시 모두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 브랜드의 미션은 길이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소비자에게 공개되는건 미션이 아니라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미션의 길이가 길더라도 그 브랜드가 약속하는 바만 명확하다면 괜찮다.


잘 된 스타트업의 사례를 들어보면 좋겠지만 사레 찾기가 쉽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밥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김선생'의 케이스를 들어서 이 부분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바르다 김선생은 유명한 '죠스 떡볶이'의 나상균 대표가 창업한 프리미엄 분식점 브랜드 이다.

죠스떡볶이의 나상균 대표가 창업한 프리미엄 분식 브랜드 '김선생'


이 김밥집의 브랜드 미션은 다음과 같다. (아예 미션이 매장에 붙어있다)

photo by 똑똑이아빠내 블로그


미션이 좀 길지만 브랜드가 약속하는 바는 매우 심플하고 명확하다. 즉, '멋부리지 않고 사명감과 도덕성으로 절대로 재료를 타협하지 않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왜 잘 만들어진 브랜드 미션이냐면, 이 정의를 기반으로 2번부터 5번까지의 모든 후속작업을 아주 명확하게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션을 바탕으로 한 김선생의 브랜드 가치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분식집'이 되는 것이며, 소비자는 저렴한 맛에 먹는 분식집에서 항상 고민되던 건강에 대한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나온 브랜드 슬로건은 바로 '바르다 김선생'이다 (사실 김선생은 브랜드 네임이 아예 슬로건이 포함된 '바르다 김선생'이다).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 수준'이 완성되려면 재료만 고급이어서는 안되고, 매장의 청결, 직원들의 마음가짐 등등 모든 영역에서 거짓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마음가짐을 '바르다'라는 말로 함축해서 만들어진 슬로건이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말이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냥 이 브랜드로 묘사가능한 어떤 사람, 인격체, 의인화 등등을 의미한다. 쉽게 얘기해서 '이 브랜드는 이런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김선생의 페르소나는 위의 미션에도 설명된바와 같이 뭔가 꾸미기 좋아하고 화려하고 튀는 사람 보다는 우직하고, 믿을 수 있고, 정직하며 꾸밈없는 사람, 그리고 나이도 조금 있고 들뜨지 않는 인자한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 설명 가능하다.


채널관리는 이렇게 정해진 브랜드 슬로건과 페르소나가 일관되게 소비자에게 인식되도록 모든 접점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선생 매장의 메인 컬러는 마치 절제되고 정직한 김선생 아저씨가 좋아할만한 컬러인 검정과 흰색, 베이지색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고, 모든 폰트도 명조체로, 유니폼도 장식 하나 없는 검정색에 흰색 앞치마, 직원들의 움직임도 아무리 바빠도 막 뛰어다니거나 흥분하지 않고 항상 평온하고 온화해 보이는 톤을 유지하고 있다. 

  



너가 보는 나: 소비자가 내가 정한 아이덴티티를 잘 인식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위의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제품의 모든 접점 기획을 완성하고 실제 운영까지 하고 있다면 꼭 병행해야 하는 작업이 바로 '너가 보는 나' 즉, 소비자가 내 브랜드를, 내가 제공하고자 약속한 가치를 잘 인식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위의 김선생의 경우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정말 재료에 대한 의심 없이 우리 음식을 안심하고 먹고 있는지, 김선생 하면 뭔가 바른사람 이미지의 중년 남성이 떠오르는지, 그 사람은 뭔가 절대로 뒷통수 칠 것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믿음이 생기는지 등등 애초에 설계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인식되고 있는지를 소비자 인터뷰나 관찰을 통해서 파악해 보는 단계이다. 만일 나 처럼 소셜미디어 앱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가정해서 이 단계를 모니터링 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앱 내에서 유저 행동 관찰을 통해 앱의 코어 가치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체크하기

다음과 같은 유저의 앱 내에서의 사용 행태를 분석해서 사용자들이 내가 의도한 앱의 코어 기능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사용 목적이나 동기가 내가 의도한 바와 일치 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앱 로그인 빈도
- 앱 체류시간
- 앱의 각 코어 기능 사용 빈도
- 대화 내용 분석
- 프로필 사진 분석
- 상태 메시지 분석
- 앱스토어 리뷰


2) 인터뷰를 통해 이 앱이 어떤 앱인지 잘 인지하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의 관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유저의 앱 다운로드 동기, 목적, 이 앱을 통해 얻는 가치 등등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 이 앱을 다운받게된 동기
- 이 앱을 알게된 경로
- 다운받을 당시 생각했던 '이 앱이 뭐하는 앱이지?'
- 사용하고 나서 지금 생각하는 '이 앱이 뭐하는 앱이지?'
- 이 앱을 켜보게 되는 순간들
- 앱을 사용하는 빈도
- 앱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기능들
- 앱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
- 위의 것을 제외한 기타 마음에 드는 점들
- 앱에서 가장 불만족 스러운 점
- 위의 것을 제외한 기타 불만족 스러운 점
- 친구에게 추천하고 있는지
- 추천하고 있지 않다면 왜 안하는지?
- 추천하고 있다면 왜 추천하고 있는지?
- 이 앱을 사람에 비유해 보면 어떤 캐릭터가 떠오르는지?
- 이 앱을 주로 사용할 것 같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3) 위 유저가 앱을 사용하는 케이스를 실제로 관찰해 보기

인터뷰 전-후에 실제로 이 유저가 앱을 켜서 어디를 먼저 들어가고 무슨 기능을 사용하는지를 관찰해 봄으로써 1번과 2번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브랜딩: 내가 보는 나와 너가보는 나를 끊임없이 일치시키기기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단계에 있다. 흔히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계하고 나면 왠만해서는 이걸 바꾸지 말고 일관되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우 맞는 말이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모든 채널에서 메시지가 '일관되게 (consistent)' 전달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이미지가 잘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서비스의 경우 이렇게 일관성을 고수하는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명확하게 아이덴티티를 설계한다 할지라도 소비자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내가 정한 코어 가치가 사실 소비자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가치일 수도 있으며, 소비자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용성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가 보는 나'를 최대한 자세하게 모니터링 해서 이를 '내가 보는 나'에 반영해서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초기에는 필수적이다.


이번에는 내가 서비스 중인 '바크' 앱을 예를 들어 보자. 사실 이 앱은 뭔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기획된 앱이라기 보다는 해카톤에서 뭔가 기발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의 일환으로 기획된 앱이기 때문에 위와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아직 베타기간 중이라 iOS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위의 아이덴티티를 계속 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바크 앱의 현재 Mission Statement 이다.



이 앱의 초기 브랜드 슬로건은 'Don't Speak, Let's Bark!'에 있었다. 이 슬로건에 포함된 앱의 미션은 '굳이 복잡한 대화 없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소셜공간을 만든다' 였다. 즉,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인사도 터야하고, 공통점도 찾아야하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복잡하게 오고가는게 많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바크에서는 모두가 개가되어 서로 짖는 것 만으로도 대화가 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모르는 사람들과 쉽고 재밌게 대화가 가능하다는 가치를 전달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앱을 2개월정도 운영하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한 사실은, 유저들이 이 앱의 목적성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한것에 두기 보다는, 서로 개처럼 짖고 짧은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오가는 그런 공간 자체가 재미있어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굳이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트기 위해 사용하는 SNS가 아니라 저런 약간 병맛같아 보이는 소통방식이 서로 통하는 커뮤니티와 같은 소셜 공간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 슬로건이 위의 사진과 같은 'from No One to Someone'이다. 이 슬로건 속에 내포된 유저에게 주는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저런 재밌는 소통방식이 통하는 누군가를 당신 주변에 만들어 준다' 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당신이 만일 필자처럼 초기 서비스를 운영중인 스타트업의 브랜딩을 하고자 한다면, 큰 기업에서 브랜딩 전문가들이 하는 방식과 같이 자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맵을 만들어서 전 펑션에 일관되게 전달되도록 메뉴얼을 만들고, 이게 잘 워킹되는지 체크하고 쪼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잘못 판단한 나를 너에게 맹목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모니터링해서 이를 토대로 내가 정립한 아이덴티티를 수정 보완시켜 나가는 과정이 결국 스타트업 브랜딩의 핵심인 것이다.




상호작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 하고 그도 내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에서 김춘수는 너와 내가 서로 관계를 가질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게 되는 존재성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브랜딩도 마찬가지이다. 거창하게 정립된 브랜드 전략 기획서 같은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의 경우 너무 자세하게 정립된 브랜드 스테이트먼트는 짐만 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중요한건 이 시처럼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너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 이리하여 비로소 '서로에게 꽃이 되는 것' 이런 너와 나의 상호작용이 브랜딩의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즉, 내 브랜드에 대해 정의하는것과, 소비자의 인식에 대한 것을 모니터링하는것, 그리고 채널에서 이 상호작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보완 발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 브랜딩의 모든것이다.






글쓴이는 노마드태스크 (Nomadtask)라는 퀘스트 기반의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플랫폼의 Co-founder 및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기획자로 일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본업을 스타트업 파운더+디자이너로 전향했는데, 그 과정에서 득템한 다양한 스킬들을 연재하고 있다.


노마드태스크 - https://nomadta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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