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8일 부터
한국에서의 자가격리
6월 8일
어떻게 하다 보니 갑자기 오게 된 한국.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데 약간 걱정도 했지만
잘만 하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함께. 인천공항에 입국.
영화에서처럼 하얀 방호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방호복 자체가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해보니 엄청 친절하다. 방호 복속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머리가 짧은 군인 아저씨들이다.
와 이렇게 다들 고생들이 많구나
외국인도 제법 보였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국적자가 아니더라도 방문객 누구든지 입국 가능하다.
이게 바로 한국 방역의 자신감.
입국심사를 하고 집을 찾아서 입국장으로 나오니
각 지방별로 출발하는 신청 접수대에서 대기 버스 출발시간을 알려주고
논스톱으로 가야 하니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라고 한다
흰 방호복에 잘 웃지 않는 모습에 이리가라 저리 가라 지시만 하는 모습이 기계 같았다.
뭔가 주눅이 든다. 아 이런 것이구나
영낙없이 나는 확진자이었고 그들은 어떡하든 나와 거리를 두고 나를 피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 버스가 도착하니 새벽시간인데 방호복 서너 사람이 탠트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유치원 버스 같은 소형버스를 타고 남원 000 연수원으로 다시 출발한다.
버스 운전사 와 승객 사이에 투명한 큰 비닐 칸막이로 막아놓은 게 참 기발한 발상이다...
다시 한번 내가 갑자기 확진지가 이미 되어버린 듯한 이 묘한 느낌.
운전사 아저씨는 해외 입국자인 우리가 감염자가 아닌가 무서웠을 것이고
우리는 한국의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운전사 아저씨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 비닐 칸막이는 승객인 나 입장에서 볼 때에 운전사 보호용이라 느껴졌다.
캄캄한 버스 안의 조용하던 정적을 결국 아저씨 한분이 깼다.
" 우리를 왜 이렇게 취급하느냐..... 우리는 확진지 한명도 없는 청정국 뉴질랜드에서 왔는데..."
계속 투덜투덜 투정을 부렸다. 쳐다보니 같이 비행기를 타고 왔던 아저씨였다.
역시 느끼는구나... 나처럼.
역시나 비닐 카튼 저쪽 편 운전사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그 아저씨 아이처럼 계속 주절주절 투정 이어나간다.
“ 아저씨.. 그냥 쫌 쫌 조용히 갑시다 ” 계속 참던 내가 한마디.
그리곤 버스 안은 조용해졌다.
아저씨의 그 투정에 누가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코로나 때문인데..
코로나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임시적인 적대관계를 만든다.
원룸을 빌려서 자가격리를 시작.
나의 휴대폰으로 전담공무원이 배정되고 매일매일 체온, 몸상태를 보고한다.
문제는 내가 격리 장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전담공무원이으로부터 휴대폰 연락이 온다.
나의 휴대폰을 누군가가 24시간 감시모니터하고 있다는 뜻
격리장소를 벗어나면 불법이라는 안내문에 동의하고 서명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나를 계속 감시, 모니터한다는 것은 좀 의미가 다를듯.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듯 하다.
완전 방역의 최우선 목표도 중요하지만
피검자의 입장에서 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함께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확진 판정을 받을 때 까지는 확진자가 아니다.." 라고 말하면 내가 지나친 것인지..
격리 2주동안 귀중한 소중한 경험을 했고 우연하게도 많은 생각들을 할수 있는
시간들, 오랜만의 정신적 여유도 가지게 되어 나름대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격리기간동안 저를 도와주신 전주시 전담 공무원님, 코로노검사 해주신 덕진선별보건소 ,
수송차량 운전해 주신분 , 식량제공해주신 전주시 지자체 여러분 ...,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분들 고마웠고 감사합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한국에서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분들 노고에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