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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Nov 23. 2020

나이 50넘어  이력서 만들어 보기  

일자리 찾습니다.

꼬박꼬박 자동으로 나갈 돈은  많은데   6개월이  넘게  수입이 전혀 없으니  매일매일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예상도 했고  어느 정도  각오도 했건만.   25년 넘게  그나마  꾸준하던 사업체는  말 그대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고  결국 정든 직원들은 다 내보고  이젠  정말  계급장 다 떼고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




슈퍼마켓 창고 등에서  밤 시간에  간단한  일자리가  많고   지게차 운전 자격증을 따면 더 보수가 좋다고  한다. 답답하던 차에  귀에  쏙 들어왔다.   당장  지게차 운전면허를 따러간다.

첫날 면허 공부를 하러 가니  강사님이  묻는다.   내가 무슨 일들을  하고 있었는지. 왜 물을까 ?

자영업 000 라고  대답하니 고맙게도  나에게  많은 위로를  해준다.  

지난주에는  항공기조종사들도  이곳에  지게차 운전면허 따러  많이 왔었단다.

가장으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그 말.    나보고 하는 말이라  고맙기는 한데..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이 현실 자체는  아직 너무 어색하다.   

50넘은  이 나이에  왜 이런 어려운 상황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인지 야속하기도 하고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나 혼자  이 세상에서  뒤떨어져   낙오된듯한 이 느낌.




지게차 면허 취득.   

따자마자  급하게  이력서를  만들고    크고 작은 모든 슈퍼마켓에  이력서 접수 시작.  

28년전  뉴질랜드 이민 오자마자   이력서를 만들고  뛰어다녔는데   

28년만에  다시  구직을 위한  이력서를 써 보니  묘한 감회가 새롭다.    

나의 이름 밑에  쓰여있는  경력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투쟁(?) 하며  살아온 나날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하고.. 참  바보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ZERO에서 시작할 수도 있구나.



내 나이만큼의   많은 숫자의  이력서를  만들어 보냈는데   그나마  답이 온 곳은   5곳.   

많은 후보자들이 있고  나의  경력 자격이  자기네들이랑은   맞지 않는다는  너무나도  친절한 답변들.  

표현은 그렇게 해도  아마도    나의 나이 때문이 아닐까.    

나이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에  점점 소심해진다.  




평생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던 사람이  다른 기술이나 경력을 미리 준비하기에는 

미래를 바라보는  선견지명이 없는  평범한  보통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닐까.  

생각해보니  그나마 잘하는  기술은  차 운전.   운전면허증도  엄연한  기술 자격증이니. 

장거리 운전 가능한 사람 찾는  광고를 발견했고   이력서  접수하자마자   

전화가 와서  인터뷰까지.


도로 건설공사 현장에   중장비 차량 등을  앞에서 선도하는  차량 운전.

집을 10일 정도 떠나서  살 수 있냐고 해서     큰 목소리로 “ YES”로  대답. 

건설현장이라서   알코올이나 마약은   절대로 안된다고 하면서  인터뷰중  즉석 검사 실시.

갑자기 음주측정당하고 나서  마약검사는  소변검사로.

여자 직원이 소변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화장실 문을  반쯤 열고 지켜보고 서있다.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하게 하고 지켜보며 닫으려고 하니 ..화 낸다.  말투도 윽박지르는 듯한.  

영락없이 나를  마약중독자 취급하네.. 

아  이런것이구나.   처음 해보는  새로운 경험.

좀 따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나의  현재 처한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이틀전  최종 인터뷰 통과. 

수일 이내로   첫 번째 일거리 , 프로젝트가  있으니 

휴대폰을  끄지 말고   항상 켜놓고  연락기다라고.    

연락받으면  즉시  뛰쳐나오라는 뜻으로 들린다.




전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함께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이  미지의 경험을   가슴  두근두근 기다리면서.  

또 어떤  내가 모르던 것들이  언제  어디서  갑자기  후 욱  다가올지 모르니. 



이력서를 만들고  인터뷰를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일자리 찾는  이러한 작업들을  내가  아직 시도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얼마나 다행인지..   나 혼자 말하고  이렇게  나 스스로  격려도 해보고...   


아직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 얄미운 미운 코로나는   건방졌던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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