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시내버스 운전해보기.
나는 지금 시내버스 운전사이다. 4개월째 접어드는 병아리.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연히 처음부터 힘들었는데 승용차와 버스 운전 그 차이점에 대해서는
백문이 불여일견 으로 직접 몸으로 스스로 경험해보는 게 정답이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버스자체가 너무 커서 그 크기에 무서웠고 이 큰 버스가 과연 왼쪽 좌회전 , 우회전 코너, round about (로터리) 등을 버스 뒷 꽁무니가 안전하게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서 긴장하고 또 긴장. 버스운전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버스운전은 최소한 어떤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라는 그 누군가의 말씀에 절대 동의.
새벽 4시 반경에 집을 나서며 새벽을 연다.
새벽 첫차 빈차를 몰고 출발지까지 혼자 간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큰 버스 안이 간혹 무섭기도 하다. 뒤에서 갑자기 귀신도 나올듯한. Sumner 바닷가에 진입하면 운전석에서 보는 그 큰 화면으로 보여주는 하늘 색깔이 날마다 각각 색깔이 다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멋진 붉은 오렌지색.
모든 사방천지가 완전 불그스레. 커다란 큰 화면으로 매일매일 멋진 새벽하늘을 나 혼자 감상하는
재미도 생겼다.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새벽 첫차는 정상에서 내리막길에 다다르면 멋진 일출 하늘과 먼바다까지 말 그대로 180도 파노라마 대형 화면 크기로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비행기 운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 비행기 운전석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광경이 이럴 듯.
이 코스는 여전히 나에게는 무섭고 어렵지만 이곳은 갈 때마다 경관에 감탄과 감탄을 하게 된다.
공항행 첫차. 새벽시간 사방이 아직 캄캄한데 공항터미널은 야간조명이 색깔별로 예쁘게 몇 초 간격으로 변하고 있었다. 희미한 음악과 함께 붉은색 , 파란색 , 오렌지 색 등.. 그동안 왜 몰랐을까.
공항에 가면은 나도 버스만 남겨놓고 손님들 따라서 비행기를 타고 싶어진다.
워낙 비행기타는 것을 좋아하니깐.
리틀톤 항구행 첫차. 갈 때마다 느끼지만 새벽시간에 서서히 불을 켜는 집들이 여럿 모여서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정겹고 조용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곳.
전혀 개발되지 않는 옛날 모습이 나 어릴 때 보던 부산항의 모습과 닮아서 잠시나마 나도 옛날로 돌아간다. 이곳에 진작 집이나 별장을 사야 했었는데.. 계속 후회가 쌓이는 이곳
내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먼저 반갑게 밝게 인사한다.
Good Morning이라고 하면 손님도 Good Morning이라고 응답해주고.
내릴 때 내가 Thank you라고 하고 손을 흔들면 손님도 Thank you라고 정겹게 해 준다.
비록 버스 내 조그만 거울을 통한 눈빛이지만 항상 따뜻한 그들의 마음을 전달받는다.
손님 중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부러 나 바로 옆 자석에 앉아서 꾸준하게 나에게 이야기도 걸어온다. 아시안 Driver 가 신기한 건지. Driver 일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은 다들 그리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근데 항상 다음 질문은 김정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지만.
버스 루트를 모르고 지나쳐버린 일이 두 번 있었는데 내가 무척이나 당황해할 때에 , 크게 웃으면서
다음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던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금은 초보이지만 누구나 배워나가는 것이니 곧 잘할 것이라는 수많은 격려, 용기도 많이 받았다.
내가 인복이 많은 건지 이 동네 자체가 살기에 아름다운 곳인지 둘 중의 하나이다.
만약 이곳에 아시안에 대한 심한 인종차별이 만약 있다면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는 그 누구도 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인종차별.. 모든 것은 나의 잣대로 내가 생각하기 나름.
이민자로서 현지 사회에서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며
현지 사회를 가장 손쉽게 배워볼 수 있는 좋은 직업으로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운전사가 아닐까 생각도 살짝 해본다. 살아있는 영어공부도 되고 ( 본인이 원할 경우)
비록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시작한 일이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는지 나의 한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더 기분 좋은 일.
4개월짜리 병아리를 이젠 조금 큰 닭으로 만들어준 이런 기회를 준 주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