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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Jun 19. 2021

시내버스 운전 도전기

뉴질랜드에서 시내버스 운전해보기.

나는  지금  시내버스 운전사이다.   4개월째  접어드는 병아리.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연히  처음부터 힘들었는데   승용차와   버스 운전  그 차이점에  대해서는   

백문이 불여일견 으로  직접  몸으로  스스로 경험해보는 게  정답이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버스자체가 너무 커서  그 크기에  무서웠고  이  큰 버스가  과연  왼쪽 좌회전 , 우회전 코너,  round about  (로터리) 등을  버스 뒷 꽁무니가 안전하게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서 긴장하고  또 긴장.   버스운전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버스운전은  최소한  어떤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라는  그 누군가의  말씀에  절대 동의. 



새벽 4시 반경에  집을 나서며   새벽을 연다.  

새벽 첫차  빈차를  몰고  출발지까지  혼자 간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큰 버스 안이  간혹  무섭기도 하다. 뒤에서 갑자기  귀신도 나올듯한.  Sumner 바닷가에  진입하면  운전석에서 보는  그 큰 화면으로   보여주는 하늘 색깔이  날마다 각각  색깔이 다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멋진  붉은  오렌지색.   

모든  사방천지가  완전 불그스레.   커다란  큰 화면으로   매일매일   멋진 새벽하늘을  나 혼자  감상하는 

재미도  생겼다.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새벽 첫차는   정상에서  내리막길에 다다르면    멋진 일출 하늘과  먼바다까지   말 그대로   180도   파노라마  대형 화면 크기로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비행기 운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  비행기 운전석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광경이  이럴 듯.    

이 코스는  여전히  나에게는  무섭고  어렵지만   이곳은  갈 때마다  경관에  감탄과  감탄을  하게 된다.       

공항행  첫차.   새벽시간   사방이 아직  캄캄한데   공항터미널은   야간조명이  색깔별로  예쁘게 몇 초 간격으로  변하고 있었다.  희미한 음악과 함께   붉은색 , 파란색 , 오렌지 색 등..    그동안  왜 몰랐을까.   

공항에 가면은   나도  버스만 남겨놓고  손님들 따라서  비행기를  타고 싶어진다.  

워낙 비행기타는 것을  좋아하니깐.   

리틀톤 항구행 첫차.     갈 때마다 느끼지만    새벽시간에    서서히 불을  켜는 집들이  여럿 모여서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정겹고   조용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곳. 

전혀 개발되지 않는  옛날 모습이   나 어릴 때 보던  부산항의 모습과   닮아서    잠시나마  나도  옛날로 돌아간다.  이곳에  진작 집이나  별장을  사야 했었는데..   계속  후회가  쌓이는  이곳   




   



내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먼저   반갑게  밝게 인사한다.  

Good Morning이라고 하면    손님도  Good Morning이라고  응답해주고.  

내릴 때  내가 Thank you라고 하고 손을 흔들면    손님도 Thank you라고   정겹게  해 준다.  

비록  버스 내   조그만   거울을  통한  눈빛이지만   항상  따뜻한 그들의  마음을  전달받는다.   

손님 중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부러  나  바로 옆 자석에  앉아서   꾸준하게  나에게 이야기도 걸어온다.    아시안  Driver 가   신기한 건지.  Driver 일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은  다들  그리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근데  항상 다음 질문은  김정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지만.

버스 루트를   모르고  지나쳐버린 일이 두 번 있었는데    내가 무척이나 당황해할 때에 ,   크게 웃으면서  

다음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던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금은  초보이지만  누구나 배워나가는 것이니   곧  잘할 것이라는   수많은  격려, 용기도  많이 받았다.   




내가  인복이 많은 건지  이 동네 자체가   살기에  아름다운 곳인지    둘 중의 하나이다.

만약  이곳에   아시안에 대한   심한  인종차별이  만약 있다면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는  그 누구도   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인종차별..   모든 것은   나의 잣대로    내가  생각하기 나름.

이민자로서   현지 사회에서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몸으로  부딪히며   느끼며  

현지 사회를   가장 손쉽게  배워볼 수 있는  좋은  직업으로   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 운전사가  아닐까 생각도  살짝 해본다.   살아있는  영어공부도 되고 ( 본인이  원할 경우)  






비록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시작한 일이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는지   나의 한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더 기분 좋은 일. 

4개월짜리  병아리를  이젠  조금  큰 닭으로  만들어준  이런 기회를  준  주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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