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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Sep 25. 2021

나의 자서전 -3

뉴질랜드 이민 30년을 글로 씁니다-   두딸들을 위해

해외 영화를   한글자막 없이  한국어  더빙 없이   배우 오리지널  목소리로  직접  듣는다면  

영화의   그 감동은  분명히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다.   

뉴질랜드에 와서   매주 일요일 밤   아기 재워놓고   늦은 시간   TV에서 해주는   영화 한편씩  보는데    

그  영화가 끝나면  아내와  나는   영화 줄거리 이야기를 하며   각자   퍼즐을   맞춰본다.  

근데   영화 주인공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 둘 다   정확한   이유를 모를 때가 훨씬  많았다.     

언제  영화의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안 들리던  영어가   금방  확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영어와   어떻게  같이 / 더불어  사이좋게  잘 사느냐가   관건이었다.   30년을 살아보니.




100 장 가까이   이력서를   만들었다.

전화번호부를   펼쳐놓고    일본과  관련 있을  듯한  사업체 100 군데를  골라   이력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여행, 무역 ,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등..    

회사들이  구인 모집공고를   내지 않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작전.

“ 과연  연락이 올까 “

“  100  개를   보냈는데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5 개정도는    연락 오지  않을까?”

 나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우편으로 보낸 후  다음날부터   나의 이력서를   누군가가   읽어 보고 있을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두근.   

삼사 일 후부터  나는 우체부가  우리 집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나가서  혹시나 편지가 오는지  기다려본다.  왠지  편지가  올 것 같은 이 느낌.   근데  정말 편지가 왔다     

첫날은  한 장   둘째 날은  한 장   세째날은  두장.  

받는 즉시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보는데 

“ 보내준   이력서 고맙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지금은 자리가  없으니   보관했다가  

자리가 생기면   연락 주겠다.”

잠시 들떴던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집안으로  들어오니   아내는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편지를   보여주며   나는   살짝  분위기를   바꾼다.  


나  “ 이 사람들은   정말 할 일이  없는 가 봐.   거절 편지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보내고 있으니.”.

아내 “  우와… …. 그래도    회신이  이렇게  오네..?    그건  모르지   정말  연락이  다시 올지  누가 알아?  “    이번에  안되면   또 어때..   또다시   자꾸 보내면   언젠가는   되겠지 “   

이제   아기 기저귀를  다 갈고   아이를  두 손에  가뿐하게  안고서   그녀는   최대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저귀가  시원한지  지 엄마 팔 안에서   아이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만 있다.    

지금  아빠 속도   모르면서.      

나    “  진짜로    정말  잘 보관할까..? ”   

아내 “ 응  잘 보관할 거야  애네들은.. “   

( 아니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보관하겠던  회사에서   다시  연락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거절 편지는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계속   날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고   딸과 엄마는  같이 목욕 중이시다.   

밥그릇을  씻을 때에 ,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나의  걱정은   자문자답으로  혼잣말로 계속 이어진다.

“ 괜찮을까” 

“ 괜찮겠지 “

“ 한국에  그냥  있을 것 그랬나.,    잘 나가던  회사 자리를   그만두고 

여기까지 와서   집사람 ,   아기까지    다들   뭔 고생을    시키는 건지 …..  아빠라는 사람이.”

그러다가  밥그릇   물기를  닦아낼 때에는,   

“아냐  잘 될 거야  나는  잘할 수 있어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 

“ 나의 운은   내가  만드는 거고 

결국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움직이게 될 거야 “   




이제  편지는  더 이상  없었다. 

근데  일주일이 지난 무렵쯤    아침시간  8 시경?부터    나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나  이력서를 보고  전화했다고 하는데    도대체가   그 뒷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전화 건 사람이  어느 회사  누구인지도   도대체  모르겠고..    어찌나  빨리 말을 하는지

서로가  말 안 통하던   그 전화는    결국  그렇게   끓어져 버리고 ….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조용하게  혼자   한마디 한다.    

구경하던 사람이 더   답답했는지.        

 “ 아  이것  정말  총체적 난국이네.    전화가 와도   어느 정도는  말이  통해야지.   

앞으로   어쩌지..?   아   정말  안타깝네.. “

나는  할 말이   없다.

다음날에  또 전화가  걸려 왔는데    결과는  마찬가지.  

전화벨 소리...  역시 무섭다.


세 번째 전화부터는   겨우  대충  알아듣게 되어    운 좋게  인터뷰까지  나가게  된다.

( 알아들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위해   천천히  말을 했을   가능성 아주  높다) 

근데   불러준   그  주소대로   열심히  찾아갔는데    그 회사는   없었다.    

시내 길이름도   잘 몰랐지만   발음 자체가  나 와   전혀 다른 게   문제였었다.

( 30년이 지난  지금도   시내 길이름   듣고 말하기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 )

결국   창피하게도    그  회사 위치를   못 찾아가서    세 번의   인터뷰 실패    

그 후로는   전화기 바로 옆에   시내 전체  큰 지도를  펼쳐 놓았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갔건만   정작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탈락과  탈락의 번복.   

다섯 번 정도   탈락.


인터뷰에서  확인된   나의   처참한  영어실력은   나의  발목을   아주  확실하게   붙잡고 있었다.  

내가 처한   환경, 분위기에 따라    그놈의   영어는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그랬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살 때의  영어와     환불 요구할 때의   영어의  ㅡ 그 차이

일자리가 절실한   실업자와    사람  고르는  입장의   고용주  -  그 차이  


아.. 정말 …  집에  가서   아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집을 나설 때에   아내가  딸아이를 안고  나를 배웅하며  “ 아빠 파이팅 ~~”이라고 했는데 

아내에도   면목없고   이제 백일 지난   딸에게   아빠로서   너무나   창피해졌다. 

“   능력이  이 정도인데   나는   무슨 억지 용기로    이곳까지   이민을  온 것인지 “

“  당장   취업보다   지금   영어공부를   힘들게   먼저  더 해야 하는 게 아닌지.. “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그냥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다..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고용주가 되어   인터뷰에서  원하는  정답이 무엇일까    

지나간   여러 번의    실패 인터뷰들을    돌려보기로   천천히  기억해보니   

나에게 묻는  질문내용이  거의  다 같았다.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   나 가족관계,   영주권을  받은 이유,    앞으로 꿈 등이었다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질문을  기다리면    영어로  무차별  선제공격을  당하니깐

인사하고   악수하고   자리에 안자마자 , 즉시  내가  먼저  선제공격으로   영어를  하기로.   

5분 정도 분량으로   예상 문제을   만들어서  달달 외우고   거울 보며  자문자답으로   수없이  반복 연습했다.  5분은  내가 외울 수 있는   최대 분량이었다.

죽자살자   외워서일까    절실하면  되는 것인지   하늘이 도운 것인지    운이 좋은 건지..    

나의  이  선제공격작전은  성공하여  나는  합격했고  그때  누군가가  말하던  "하늘의 그 별 "을  땄다.


당시  시내에서  가장  큰 규모  기념품 가게

시간당 $ 8 불  ( 당시 최저임금)

직원 총 50여 명

일본인 단체관광객  손님 많음  

하는 일     유리창 청소  , 물건 포장박스  해체 및   정리정돈,  쓰레기 정리 ,  덤프  등


그날 밤     맥주 한 병을 놓고  집사람과   돌 지난  딸과 함께   세 명이서  취업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때  우리 통장 잔고는    약 $ 470. 

아내는  “ 기적 “이라고 했다.   

그 말은  통장잔고가  정말 바닥나기 전에    정말 극적으로   월급이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었고   

나는  단지  정말   운이 좋았다고   거스름을  핀다. 

이민자로서  현지 사회에서   일자리를 가진 것.

30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런 일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교민들이  축하해줄 정도로   

장안의   화제이었다.   (딸들아,  이건  사실이니  믿어도 된다.) 




월급을 받지만    당시 최저임금이라   세금을  제하고 나니    말 그대로   쥐꼬리였다.  

그래도   당당하게   이 나라에서   일하고   내 이름으로   세금을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딸아이  빵값 우유값을   아빠가   준비한다는 것도   더 기분이 좋은 일이었고.   


어렵게   첫 직장은   잡았지만     여전히   그놈의  영어가  문제이었다.  

한 번은  Supervisor  가   나를  불러서   일을 시킨다.

기념품 가게라서  물건들이  들어있는  Box 가  매일 아침마다   엄청 많다.

“  ……….   Box …………….”    

Box는   알아들었는데  그   뒷말은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방법은 이랬다.

그냥  Box를 들고  서서히 움직이디가   왼쪽  오른쪽  갈림길에서  Box를 들고  

한참을  기다린다.    그러면   왼쪽 인지 오른쪽인지   정확하게  방향지시가 다시 오고  

나는  그때  다시  움직인다.     


그나마   나는  직장에서는   한국어를   전혀 안 쓰고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하지만 

아내는   아이랑  항상  집안에 있으니    하루 종일   100 %    한국어  사용 중.   

집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면   

여전히   나 와  아내는  서로  안 받으려고   둘 다 도망가기에  바빴다.

영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는 없기에.    

( 사실은    아내가  영어를   하게끔 하려는   나의   복안이다)  


어느 날  저녁   아이를  재워놓고   나는   아내와  중요한   협상을 했다.

영어 역할분담이다. 

집사람은    집안 영어 담당  , 렌트 집  ,  아이 병원  ,  은행 등    관련한  모든 영어 ( 집전화도  포함) 

나는   집 바깥  영어담당  ,   집에서  나가는  시점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   

( 슈퍼마켓 , 식당,  주유소 등   외부에서  만나는  모든   현지인)   

조건 :   각자 해결을    대원칙으로   절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서로  도와주지 않음.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

“ 전화비가   이상하게   많이 나왔네   이상하다    이것  따져봐야겠는데,,”  

 아내가  전화비 청구서를  보면서 말하길래    나는 냉정하게 

 “ 집안일이니   약속대로   직접 해결해 봐요 “ 

 내 말에   뾰로통해진   아내는   혼자서  청구서를 들고    전화국에   따지러 가야겠다고 했는데  

그날 저녁 퇴근해서 보니   집에  새 전화기가  놓여있었다. 

“ 전화비를   따지고  있었는데… 자꾸  그 사람이   이 전화기를  새로  사야 한다고만  해서..”

전화비 따지러 가서   본인이  새 전화기를  사서   들고 왔지만   정확한 이유를    아내는 

 잘  모르고 있었다. (아내가  그   이유를   설명 못하기에   나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어느 날   아이는  매우  아팠고   밤새   계속  설사를 한 모양이다.  

아침 근무 중에   집사람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전화상 목소리가  매우  황급하다.  

“   애가 많이 아파  … 울고 있고..    당장  지금 병원을  가야겠어.  같이 갈 수 있겠냐고.. “ 

거의  울먹이는  수준이다.

상황 이해는 가지만    나는   냉정해져야 했다. 

“  약속대로   혼자서 해결해 봐요..  “      그냥   전화를  탁   끓었고    

집사람은  울면서   울면서  눈물 한 바가지  하면서  혼자서  기어코  병원에  간  모양이다.

왼쪽 손에  영한사전   오른쪽 손에  한영사전 들고   양팔 사이엔   아이를  안고서. 

우리 가정의  의사를 만나고    대화를 하다가   당연히 더 이상   말이  안 통했었고 … 

답답해하던   아내는  다시  집으로  달려가서   밤새 사용했던   아이 기저귀들 수십 개를  

다 들고 와서   의사에게  펼쳐놓고    순서대로   보여주었다고 했다.   아마  색깔 변화를   보여주려고 한 듯. 

30년이 지났지만   그  의사는   여전히  우리 가족  가정의 이고    이 이야기는  그 병원에서도   아직도  전설 같은  이야기로 전해진다.  ( 대단한  코리안 엄마라고.)

그날 저녁  집사람은   나에게  너무 냉정하다고   정말  심하게 투덜거렸다.  씩씩거리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아내의   나에 대한  원망은   독기로  바뀌어지고   

그 후  아내 영어는   정말로  일취월장되게 되었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가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본인이 판단한 모양이다.    

병원 , 약국,  장차  유아원 , 유치원 등    엄마로서 챙겨야 할 일들이 많으니.       


부부 중  누군가  한쪽이 영어를 하면은   한쪽은  그냥  의지하게 되고   결국  한쪽은  바보가 된다.

그러다가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고  

부부 영어는   각자  시작해야 하는 것이    나의 이민생활에서  찾아낸   최고의 정답이었다.



뉴질랜드의   청명한 푸른 하늘에   항상  깨끗한 공기를  매일  만나고 있다. 

아내의   말대로    “빨래하기  좋은 날 “이    매일매일  연속이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공해 없고  먼지 없는   이런 환경은   어린  갓난아이  건강에는   아마도  좋겠지.

이러한 환경을   아이에게   내가   만들어준 것 같아   뭔가  우쭐하고  뿌듯했다.

“  그래..   한국에서  멀쩡한  회사에서  잘 나가던  직장에서   월급쟁이가   한방에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것 자체도   용기라면   용기이니깐.     

지금  이 깨끗한  공기는  그때  그  용기에 대한  조그만  보답 일 거야”

나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되받아 친다.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래나  빨리 개기셔~~ “     

 아내가   아이를 안고   휑하고  눈앞에서 사라진다.   


힘들게 잡은  첫 직장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몸 쓰는 일,    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첫 직장.  

정확히  1년 반 후   나는  두 번째 직장으로   스카우트된다.   정식으로   고용 오퍼를  받았고  

월급도  시간당  @$11 로  올랐고   더 좋은 것은  사무실내 근무인 점.   

이제부터는  엄연한  내 책상이 있고  나는  앉아서  일하게 되었다.

“ 당신은  운이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운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야 “    아내가   한 말이다

작년  뉴질랜드  Mt Cook 에서  가족과  트레킹 시작하기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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