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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Sep 06. 2016

뉴질랜드.. My country

해외생활 체험수기 -3 

1993년 1월, 


얼마 후  가족들이  무사히 도착하고   

말 그대로  ZERO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새로운 인생을   말도  안 통하는  새로운 곳에서.   



2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나 스스로에게   완벽한  Reset을  한 셈인데    

세상에 태어나   한번  인생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Reset를   하지 않을까.    



나의   Reset을  위해서    한국에서   가진 것을   다  내려놓아야 했다.   

제법  인정받고   잘 나가던  직장,  급료,   집,  차,   친구들.. 

다람쥐 쳇바퀴처럼 매일매일  굴러가던 그 곡예를   한순간에 멈추고   내려서야 했다. 

ZERO라는  단어 자체는   멍청해 보이기도 하지만   참 멋있게 보였다.

나 스스로를    ZERO로  만들어보는 것도   그  쉽지 않은  용기이지만   

당시엔   뉴질랜드를  전혀  몰라서  무지해서  더  용감했었을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천근만근  무겁게  부담  느껴졌던 것도  또한  사실이었다.    






 

이민자를  위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크라이스트처치 폴리텍 , Christchurch  Polytech에서  운영하는   수업인데 

가장이  공부를 할 경우    실업자로   분류되어    

정부로부터   오히려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복지제도로 인해   

많은 이민자들이  몰렸었고  나를 포함, 

2개월  정도 다녔을까   이  영어공부에 대한   회의가  점점  들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영어가 필요한 게  아님에도  

매일매일   책상에 앉아서  읽고 쓰고 하는  것에  점점 지쳐갔고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나처럼   영어 잘 못하는  같은 이민자들끼리  모여 앉아서   

영어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어공부의 최종 목적을   이민지가  현지 사회  정착 , 특히   일자리 찾기에  목표를  둔다면  ,   

지금  같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이민자들   나에겐   미래의   경쟁상대 인 셈이었다.  

내가 먼저  뛰쳐나가야 할  이유이었다.     

  


영어공부에 대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생활보조를   받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이  실업자 수당이라는  말자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를   무능력자처럼  판단한 듯해서  

그리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와이프랑 의논했고   결국   우리는  이 보조를   안 받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재정적으로   아쉽겠지만   나 스스로  와   딸에게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기로.  



책상 앞  영어공부와   실제로   현장에서 부딪히는  영어공부 중   나는 후자를  택했다. 

이민 이나  유학을  목표로 둔  후배님들에게   나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아주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24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지만  이 결정은  결국  나를 더욱더 절박하게 만들었고  

필사적으로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지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일자리를  찾았지만   

당시  내가  절박하지 않았다면   일자리도 없었을 듯. 


모든 것은   절박해야  이루어진다.  



 

첫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는데    세금이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에  놀랬고  

일을  전혀  안 하고  실업자 수당을   받고 있는  이민자 친구의   복지수당과  비교해보니

그다지  별 큰 차이가  없어서  더 놀랬었다.    

누가  열심히  일을 하고   쥐꼬리  월급에    세금까지   내려고 할까     

  

“ 그렇게  고생하면서  일을  할바엔   차라리  한국에  있지   왜  나왔어요.?”

실업자 수당을  받고 있는  한국인 친구는   외제차를 몰고  매일 매일   골프장으로  출근하여  운동을 한다.    

나를  만날 때마다   농담조로   던지는  질문이다.


그 친구는  결국  한국으로   역이민 해서   돌아갔다.    

" 뉴질랜드에서는  해 먹을 게  없다  " 가   그 친구의  역이민 이유이었다.  

과연  그럴까.    



  




이민자 정착을 위한   이러한  정부의  지나친  복지제도가    

오히려  이민자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난민자, Refugee  가 아니고  이민자, Migrant이다.     

내가  선택한  나라  와   나라가  선택한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먼 장래에   내가   뉴질랜드의   정치인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뉴질랜드는  나의  나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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