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정원에.
우리 집 조그만 정원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하나 둘.
지금 봄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
꽃도 꽃이지만
귀한 꽃망울을 지탱하려는 연약한 줄기를 보며
이 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 이 벌이지고 있는 것인지.
주말이 하도 심심하기도 하지만
퍼져있을 시간있으면
집안 청소기나 돌리라는
마누라 잔소리를 미리 피해서
정원에서
처음 태어난 새꽃들을
관리하는 척 하며서
계속 구경하기로
이 꽃들이
그 두터운 공간을 뚫고 나오려면
자기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힘과 에너지가 필요할까.
이 나무 내부에서
수많은 싸움과 다툼이
있었음은 분명한데.
해서
진자와 이긴 자는 가려지고
누군가는 나오고
누군가는 못 나오고
나온 자는
내 눈에 지금 보여서 알겠는데
못 나온 자는 아직 그 안에.
때를 봐서
다시 다음에 태어나기 위해
조용히 준비운동 이신가.
아님
청소기 돌리기 싫은 나처럼 퍼져있는 것인지.
하긴
한번 피어나고
곧 땅에 떨어져 죽어 없어지느니..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서
칼을 갈고
다듬고 다듬어서
다음 이 세상에 나올 땐
보다 더 활짝 크게 보여주려고..
나도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이렇게 해야지..
멋있으니깐.
그럼에도
청소기는 돌리기 싫다.